어젯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임시대의원총회가 있었습니다. 이 총회에서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한 결의가 유력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지만 결론은 집단행동에 대한 의사결정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집행부가 총 사퇴하며 비대위로 전환하겠다는 공지만 있었고 결국 의사협회장 사퇴, 전공의협의회 집행부 사퇴로 의사집단의 투쟁 동력은 겉보기에 와해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의 속셈은 곧 다가올 2월 말 전공의 재계약 시점에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로 재계약을 거부하고 의국을 떠나는 것을 “집단으로” 수행하면서 파업의 효과를 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습니다. 현 정부의 대응을 보았을 때 그게 누구든 집단행동을 교사한 지도부는 면허취소 및 구속,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할 처지이고 면허가 목숨과도 같은 의사 분들 중에 감히 이런 risk를 감내해줄 사람은 없을테니 일견 합리적인 대응 방안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응 방안에는 다음과 같은 맹점이 있습니다.

1. 지도부가 없는 집단행동은 분열이 필연입니다.
- 특히 인기과 전공의들은 재계약을 안하고 gp신분으로 로컬 나가는 것이 본인들에게는 상당히 큰 손해이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 비인기과 전공의라도 지도부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재계약 거부를 하는 것과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기는 것은 큰 차이가 있고 결국 이탈자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2. 레지던트(전공의) 계약을 3-4년 단위로 하는 병원들이 많습니다.
- 특히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대표적으로 3-4년 단위 계약을 하는 병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병원들은 재계약 거부가 불가능하고 법적으로 “사직서”를 쓰지 않는 한 업무개시명령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심지어 판례에 따르면 사직서를 써도 업무개시명령 대상에 해당합니다. 개인 사유를 들어 사직서를 내도 마찬가지 입니다.
-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하면 형사고발이 되고, 이렇게 되면 면허 취소의 확률이 높습니다.

3. 지도부의 부재는 복직을 위한 협상도 불가능 합니다.
- 의대증원 저지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집단행동을 시작한건데 이를 통해 정부와 협상테이블에 앉으려면 일단 지도부가 필요합니다.
- 하지만 그 지도부가 현재 총 사퇴한 상태고 나중에 비대위가 대신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그 즉시 해당 비대위는 집단행동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게 되어 집단행동 교사로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습니다.
- 누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까요?

위와 같은 맹점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실현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아래와 같은 패를 쓸 수 있습니다.

1. PA 합법화
- 현재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간호사 신분이지만 의사의 job을 하는 PA라는 직책이 만연히 분포해있습니다.
- 이들의 존재는 불법이지만 전공의가 정상적으로 수급되지 않는 기피과와 지방 대학병원들은 사실상 이 PA들이 대학병원을 돌리는 핵심입니다.(여러분이 대학병원에서 받은 그 진료 그 처방 사실은 PA들이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따라서 이번에 전공의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면 대통령 긴급명령 등으로 PA 합법화를 조치할 수 있습니다.
- 이들은 의사집단과 이해관계가 반대에 가깝기 때문에 누구보다 의사의 공백을 수월하게 메꿔줄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리고 이 사건은 후에 정식 입법으로 PA합법화 및 전문간호사 처방권 부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특별 촉탁의 계약 및 투입
- 전공의 공백이 현실화 될 경우 대학병원은 촉탁의를 고용하여 투입할 수 있습니다.
- 페이를 높게 설정하되 절반은 정부에서 보조하는 식으로 긴급 인력을 수급 할 수 있습니다.
- 이는 후배인 전공의들의 희생으로 치르는 전선을 선배인 전문의들이 파훼 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부여할 수 있어서 집단행동의 동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이이제이 전략이기도 합니다.

3. 군의관 투입
- 대다수의 전공의들은 군미필인데, 이들은 인턴,전공의 과정을 시작할 때 “의무사관후보생” 이라는 제도에 지원해서 군 연기를 합니다.
- 이 의무사관후보생에 한번 편입되버린 사람은 병역법 120조에 따라 의무사관후보생을 취소,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 따라서, 지금 전공의들이 사직하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고 현재 수련기관을 퇴직한다면 한 번 퇴직한 전공의들은 인턴 재채용등의 사유로 수련 계속이 불가하므로 그 전공의들은 가까운 입영기일에 무조건 군의관, 공보의로 입영하게 됩니다.
- 이미 정부가 군 병원에 의료계 집단행동 시 응급진료 외 민간인 외래진료 시행을 준비하라는 공문을 내린 것으로 보아 이들은 군의관 신분으로 다시 대학병원에 복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4. 의사면허-진료면허 분리 시행
- 금번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에 따르면 의사 면허와 진료 면허를 분리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 이는 환자 진료 능력이 전혀 없는 gp들이 인턴도 거치지 않고 바로 로컬로 나가 개원을 하여서 지나치게 많은 소득을 올리고 보상 체계를 교란하는 것을 최소화 하고자 나온 대책입니다.
- 이 진료 면허 분리는 사실 의료계에서도 꾸준히 주장하고 있던 내용이기도 하니 이를 최대한 앞당겨 올해 즉시 시행하면 인턴 후 레지던트를 거치지 않고 로컬로 나가는 인력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저는 이미 이 게임은 의사 분들이 진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공의 여러분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여러분의 선배 후배 누가 여러분을 도와줄 것 같습니까? 개원의들은 먼 발치에서 본인들은 파업할 생각 1도 없으면서 전공의 후배들 잘한다고 sns로 박수나 치고 있다가 뭔가 상황이 잘못 돌아가는 것 같다 싶으면 2020년처럼 쏙 빠져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기 진료 보지 않겠습니까? 로컬 페닥 뛰시는 선배들은 대학병원이 net2000에 촉탁의 고용하겠다고 하면 그 자리 안갈까요? 여러분 빠진 자리에 쏙 들어가서 열심히 공백 메꾸고 있을 겁니다.

결국 재계약 거부도 막상 까보면 흐지부지 될 확률이 높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정부는 여러분의 공백을 메꿀 수단이 너무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의사 집단에서 손해는 여러분만 보고 진로만 1년 2년 씩 늦어지고 그 동안 증원 인력과 여러분의 차이는 더 좁혀져서 집단행동에서 이탈한 배신자들만 더 잘나가는 우스운 상황으로 마무리 될 확률이 100%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단 여러분이 집단행동에 돌입하면 그나마 국민들에게 받고 있던 필수의료진으로서 존경심도 신기루처럼 사라질 터이니 얻을 것 잃을 것 가능한 것 불가능한 것 잘 따져보고 행동하셨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