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직유관단체에서 일함.
대관 업무를 하러 온 내가 여기 와서 전산과 보안 업무를 하고 있을 줄이야.
아무것도 모르던 애가 몸으로 부딪혀가면서. 특히, 블라인드 도움을 얻어가면서 해내고 있음.

어느 정도 전산과 보안 체계를 구축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이니
몇달간 치열했던 과정을 거치며, 느낀 점을 풀어보고 싶음.

1. 수 많은 리더들은 IT 투자에 몹시 까칠함.
현재 우리 회사는 20명대에서 40명대로 급격한 조직 규모 확대 과정에 있음.
아무래도 자산이나 기기 소요 등등이 더 많아졌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IT에 돈 쓰는걸 싫어하는 분위기.
40명 가까운 조직에서 IT 이슈 대응할 사람이 없어서
행정학 전공인 나를 IT 업무를 시키는 게 하나의 예가 될 듯.

2. 저렴하면 다 되는거임?
무조건 저렴한게 답은 아닌데 저렴한게 답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걸보며 참 착잡함.
문서중앙화 비싸게 구축시켰는데 인원 수 늘어나니까
계정 추가하는거 비용 아깝다고 클라우드로 갈아탔는데...
클라우드 스토리지 체계 구축하는데 정말 X고생했음 ㅜㅜ
마이그레이션 하는데 정말 절레절레...
사용 개시 했는데 파일 업로드 안된다고 나한테 항의하는데 나는 방법을 모르겠고...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무조건 싸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걸 요즘 많이 느낌.

3. 그러면서 IT 안되면 난리 남.
비용이네 아깝네 다들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기들 인터넷 안되면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난리가 남.
한 예로 새해부터 인터넷전화기에 회선 2개 꽂혀져서 루핑 현상이 터졌는데,
4일 지나서야 간신히 해결...
그 때 투덜투덜댔지만 다들 뭐라 이야기는 못한게, 아무도 그걸 해결할 수 없었으니까.
이게 우리나라 조직들의 현실인가 싶더라.

4. 문제를 모르니, 문제가 있는 줄도 모르지.
전산 담당하던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5년 전에 구축해둔 방화벽과 DLP는 무용지물...
방화벽 유지보수 업체 라이선스 변경하고, 새로운 DLP 솔루션 도입 시키고.
몇달간 별 생쇼 다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해서 방화벽에 처음으로 애플리케이션과 웹 필터 적용 시켜보니.
누가 우리 전산 활용해서 토렌트 peer로 쓰고 있었음.... ;;;;
아무도 관심 없으면 이렇게 된다는 걸 몸소 느낌.
어떻게 회사 와서 토렌트 할 생각을 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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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진 않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해낸 걸 보면 나름 그래도 선방했다는 생각과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IT와 보안은 정말 경시되는구나 하는 것도 느낌.
IT 하시는 분들 고생 많다는 것도 느끼는 요즘.
나중에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틀진 모르겠지만,
IT나 보안은 절대 경시되어선 안되겠다는 생각해봄.

수요일 점심 졸려서 키보드워리어 좀 해봄 ㅋㅋㅋ
그동안 블라에서 댓글로 도와준 수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함.

#문송한IT홍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