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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육아 도움 관련 남편과 의견차이... (긴글)

비공개 · l*********
작성일2023.05.06. 조회수1,683 댓글37

남편과 나는 서울 거주
아이는 두돌 지남
양가는 둘 다 먼 지방에 계심

지금은 내가 육아휴직하고 아이 돌보고 있지만
곧 복직인지라 어떻게 아이를 케어할지
남편과 매일 고민중이야.

감사하게도,
아버님 어머님께서 손주 사랑이 대단하셔서
휴직 끝나면 시어머님께서 아이를 케어해주고 싶어하셔.

시터에 대한 불신이 크시고,
어린이집에 장기적으로 맡기는 것도 안타까워하시고,
내 학벌과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도 안타까우니,
어머님께서 육아에 도움을 주시겠다는건데
정말정말 감사한 일이지.

그런데 문제는
1) 어머님은 곧 칠순에 가까운 고령이심.
2) 어머님은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주기적으로 병원 다니시고
집에서도 약과 주사 치료를 병행하심.
3) 우리 집에 같이 사는건 서로 불편하니
오피스텔을 얻어 거기서 계시며 등하원 도움 주시고
주말엔 다시 아버님께 내려가는 생활을 하겠다 하심.
(본가는 왕복 4시간 거리)

나는 이 세 가지를 종합해봤을때
어머님의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안이라고 생각해.

오피스텔이 아니라 우리 집에 모신다해도
지금은 아버님이랑 사업 출장차 같이 다니시면서
지역 맛집이며 제철 음식 찾아 드시기도 하고
친구들도 자주 만나시고 하는데
여기선 그러실 수가 없잖아.

그리고 이제 곧 칠순이신데
앞으로 정정하게 돌아다니실 기간이
몇십년이나 더 남았겠어..
가뜩이나 관절염으로 편찮으신 분이..
소중한 시간을 연고 없는 이 서울에서
애기 등하원하며 보내는게
난 죄송한 수준을 넘어서 이건 아니다 싶거든.

물론 나도 동네 돌아다니다보면
대충만 봐도 시터이모님과 친할머니는
눈빛부터 하는 행동, 말투까지 정말 천지차이인거 알지..
어린이집 늦게 하원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받아하는지도 다 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만두면 그만뒀지
어머님의 저 제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거든.

그런데 남편은 나만 괜찮다면
어머님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입장이야.

본인은 내가 퇴사하고 전적으로 아이 케어해주면
고맙고 안심되겠지만.. 나름 명문대 나와서
회사에서 임원, 팀장님, 선배들에게 인정받으며
이 부서 저 부서 같이 일하자고 불려다녔던 사람이
이대로 아이만 키우면 아깝지 않겠냐고..

(난 재능형 아니고 노력형 인간이라
그렇게 인정받기위해 남들 몇배의 시간을 갈아넣어
일했기때문에 딱히 내 커리어가 아깝진않아.
이젠 더이상 그렇게 일 할 수도, 일하고 싶지도 않아서.)

아버님도 음식이랑 청소는 어차피 일하시는 분 계시니
어머님 의견에 찬성하시고..
나만 이 제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인데..

시댁이라 싫은건 아냐.
나 내가 좋아서 맨날 어머님께 전화드려서
1시간씩 수다떨고 시시콜콜한 고민들 얘기하고
아버님 어머님께서도 내 친부모보다도
날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챙겨주셔.
솔직히 입양되고 싶을 정도로 완벽한..
동화책에 나올 것 같은 그림같은 부모님이야.

그래서 난 더더욱 두분이 행복하시면 좋겠는데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아버님이랑 떨어져
애기 등하원 시키는게 지금보다 행복하실까..?
워낙 손주를 아끼고 좋아하시긴 하지만
당장 몇년의 문제도 아니고 거의 10여년은 손이 갈텐데..

(돈으로 보답이 되지는 않을거야.
시댁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우셔서
우리가 오히려 도움 받는 입장이라..
만약 아이 봐주시면 당연히 돈은 드리겠지만
그보다 더 큰 금액으로 돌려주실게 뻔한 상황.)

모르겠어
난 다시 생각해봐도 이건 아닌거같은데..
나빼고는 다들 아이 위해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하니까..
내가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고 있는건가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싶기도하고..

난 8시 등원 6시 하원으로 아이 적응시켜보고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면
등하원도우미 구해서 9시 등원 4시 하원 해보고..
아이가 안쓰러워 아예 이런 시도조차 하기가 싫다면
내가 그만두겠다는 입장.

연봉이 남편이 1.3억 내가 6천이라
내가 그만두는게 더 합리적이고
직장에 별 미련도 없어.
직장보다 육아가 훨씬 재밌기도하고
딱히 비전이 있지도 않고
워라밸이 좋지도 않고
선배들 근속년수가 높지도 않아서
애기 손 안가는 시기까지 버텨봤자
딱히 그 이상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그래도 내 연봉이 큰 돈은 절대 아니지만 적지도 않으니
어느 누구의 희생 없이도 일 육아 병행이 가능하다면
그만두지 않는게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긴 하겠지.
나도 대단한건 아니지만
조그마한 사회적 위치라도 유지할 수 있을테고.
그래서 이래저래 고민이야.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 읽은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네.
읽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이 글을 읽은 사람이 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거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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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7

한국수력원자력 · 황***

나 애키우는데 일단 시어머니 신체조건, 나이, 환경적인 문제에서 애한테 좋을게없을 것 같아 나 젊어도 우리애 하루종일보면 손목이 너덜너덜한테 아프신분이 애를 어케봐ㅠㅠ 일관두면 진짜 후회할것같아 맘아프지만 아기는 어린이집보내..

새회사 · 빠***

시어머니 마음은 너무 감사한데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울 것 같아ㅠㅠ 그리고 두돌 지나면 고집도 떼도 많이 부려서 엄마도 힘들지😭 일단 육아단축근무 가능하면 쓰고 안되면 회사랑 조율해볼 수 있는지 방법도 찾아보고.. 근대 진짜 육아랑 일이랑 같이하면 현타오는 상황도 많아ㅜㅜ 어려운 선택이겠지만 가장 좋은 선택하길 바래 화이팅!!

경희대학교의료원 · i*********

쓰니 맘이 착하다ㅜㅜ 여러댓글들이 있겠지만 쓰니 마음가는데로 해 뭐든 쓰니가족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일거야!! 자책하지말고!!

삼성전자 · j******

아이 하나면 둘이 충분히 가능해 ㅠㅠ
심지어 두돌도 지났는데.. 두돌 지났으니 어린이집에 풀로 있는거 금방 적응할거야. 돌쟁이도 1년만 육휴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내는걸..
시터쓰는 방법 있는데 퇴사염두하고 있는거 아까움
우리엄마도 류마티스 관절염이셔서 손주들 돌봐주시지만 매일 매일 몸 돌아가면서 아파하심
쓴이네랑 좀 다른점은 우리엄마는 생계형으로 하시는 부분도 있어. 원래 사회복지사 하시다가 그 일보다는 힘든것도 덜하고 보람도 있으시니까 나랑 합의가 된거거든
나도 엄마 고생하시는거 보기 힘든데 그나마 손주보는게 낫지 싶어서..
근데 엄마가 정상적인 몸이 아니니까 언제든지 변수가 생길수있다고 서로 생각하고있음.
동네맘중에 시어머니가 2시간거리 사셔서 딱 오피스텔 얻고 주말에 돌아가시는 생활 하시는거 봤는데.. 여긴 애가 둘이라 아주 그냥 할머님 얼굴이 매일 매일 녹아내리더라.. 더군다나 미디어 노출도 안하셔서 엄마 퇴근하기 전까지 힘드셔서 애들 밥도 못먹이고 있다던데... 너무 고되보이셔서 안타까웠어 ㅠㅠ
여튼 말이 길어졌는데
어린이집 등원하구 등하원도우미 구하면 충분히 해낼수잇다우

통일부 · 근***

언니 나이많아 얻은 귀한 아들이면 그만두고 키우는게 좋을듯..

한화정밀기계 · V*****

일단 둘이 등하원 번갈아가면서 시키면서 시터 도움 안받는게 가능하다면 둘이서 해봐! 불가능하다면, 나라면, 일단 어머님 제안을 받을래. 해보다가 어머님이 너무 힘들어지시면 그때가서 시터를 구해도 늦진 않아. 그쯤되면 아이는 말이 트일거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 중******

일단 시어머니한테 맡기는건 절대 안될 것 같고 일단 복직해서 도우미 구해서 버텨보고 그래도 안될 것 같으면 그때 그만둬도 되지 않나??
그래도 시댁이나 남편 연봉이 여유로워서 그만둘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게 부럽다… ㅜ

삼성엔지니어링 · t*********

쓰니 마음이 너무 착하시네요
이쁨받을수밖에 없는 며느리이실듯^^
고령이신 부모님 건강이 우선입니다!^^

알라딘커뮤니케이션 · j*********

어머님 입장에서는 내몸아프더라도 손주 하루라도 더 보고싶은 마음이 크신거 아닐까? 어머님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고싶다 하시는데 어머님 건강 걱정된다는 이유로 그걸 막는것도 어머님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울수도. 차라리 일단 어머님께서 하고싶으시다는대로 해드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물심양면 도와드리면 어떨까?

비공개 · l********* 작성자

앗 블라 못본 사이에 의견들을 많이 달아주셨네요! 소중한 시간 내어 조언해주셔서 모든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ㅜㅜ 이렇게 일면식도 없는 사람 글에 마음 써주시다니 다들 복받으실거에요ㅠㅠ

달아주신 모든 댓글 하나하나 정독하고, 남편과 진지하게 얘기 나눈 끝에.. 남편도 어머님 건강상태 생각하면 무리일 것 같긴 하다고 인정하고 어머님 도움은 일단 사양하고 저희 힘으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둘째 계획이 있어서 또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명정도는 어린이집과 시터이모님 도움으로 할만하다는 의견도 많이 주셔서 너무 미리 겁먹지는 않으려 합니다.^^

저희와 비슷한 케이스 공유해주신 분들께도, 다양한 의견 나눠주신 분들께도, 응원 해주신 분들께도, 정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가정 내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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