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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 현실 , 오지 않을 미래

의사 · j*****
작성일02.18 조회수18K 댓글239

0.
안녕. 블라에 글 처음 써서 좀 오그라드네. 나는 지방 소도시에서 일하는 소화기내과 의사야. 실제로 바이탈 업무를 하고 있어. 대학교수는 아니고, 비대학 종병에서 일해. 대학교수님들같이 고급한 술기는 없지만 내가 훈련받고 경험해온 내과 의사로서의 소양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동원해 지역 중환들 케어하고 있어. 내시경 이물 제거술, 내시경 지혈술, 간경화 환자, 패혈증 쇼크 환자, 기계 환기 환자 관리 등등... 내 역량 닫는 만큼 환자 보고 안 될 거 같은 환자는 대학 병원 보내. 대학 병원까지 가기 어려운 지역 환자들의 잡다한 문제를 해결하는 의사 정도로 생각해도 돼.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의대 2000명 증원 이슈에 대해 여러 가지 현실과 솔직한 생각을 좀 길게 써볼까 해. 환자한테서도 동료 의사들한테서도 환영받지 못할 이야기가 있을 거야. 이야기가 너무 자세해서 내 신변이 털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뭐 일단 글은 시작해 본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제목에 추렸는데 선 세 줄 요약을 하자면 이래.

의대 증원은 그동안 의사들이 쌓아온 업보 때문에 이번만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계 현실은 복잡하게 속속들이 썩어있고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이대로 가면 의사를 연 이천 명을 늘리든, 삼천 명을 늘리든 아름다운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는 먼 길 돌아갈 거야. 길면 그냥 가던 길 가.

1.
의사로서 당연히 이천 명 증원은 너무 나갔다고 생각해. 반대하는 이유는 앞으로 나오겠지만 내 밥그릇 문제에 대한 공포가 크다는 건 인정할게 ㅎㅎ. 어쨌거나 이천 명이 안 되어도 수백 명 정도 수준의, 많게는 천 명 수준까지도 이번엔 증원을 막을 수 없을 거야. 이번만큼 증원에 대한 여론이 막강할 때가 없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 다 버리고 단지 국민 여론만 보는 거야. 지난 증원 때는 무슨 시민 단체가 추천해서 공공 의대 어쩌고저쩌고... 보수당이 같이 반대 측에 서줘서 막을 수 있었지만 이번엔 믿는 보수당이 그보다 다섯 배는 더 강한 숫자를 들고나왔고 여론 십자 포화는 막강해. 거의 모든 여론이 의사를 때리는 데엔 의사들의 업보가 있다는 걸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봐.

당장 블라 며칠만 봐도 알 수 있는 그 박제된 스샷들 있잖아? 오르비에서 철도 노조 파업 두고 수준 낮은 행동이지, 못배워서 그래요 (좋아요 144). 어떤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으싶니까? 전교 1등 어쩌고 vs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서 어쩌고저쩌고. 아 이런 엑스맨들이 없다 정말. 또 있지. 그 유명한 7급 공무원보다 생애 소득이 적다는... 무리수도 적당해야지 정말. 그리고 어제인지 오늘인지 의사에 대한 도전,이라는 워딩. 쓰면서 정말 한숨이 나온다 ㅋㅋ. 마지막으로 하나 더. 간스유예기엔 플필헤네카.

의사가 평생 감내해야 할 것은 국민들의 적개심이고 난 거기에 근거가 없다고 생각했어. 왜 우리를 미워하나? 생각이 바뀌었어. 근거가 없진 않더라고. 그동안 의사들이 적어도 인터넷상에서만큼은 너무 오만하고 저열했어. 대 인터넷 시대인 만큼 일부의 일탈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일부라고 치부하기엔 상기 주장에 진정으로 공감했던 의사들이 많을 거야. 업보가 쌓여서 터졌고 우리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거지. 증원빔 처맞는 수밖에. 좀 봐줘서 오백 명 정도로 늘려주면 안 될까...?? (대충 카이지 무승부 짤)

2.
이제부터 민감한 내용 많이 나온다. 주제가 너무 넓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소단락으로 나누긴 하겠는데, 이마저도 너무 길면 글 두개로 끊을 수도 있겠다. 환자나 비의사 국민으로서 동의 못하는 부분도 많을 것임. 한편으론 동료 의사들에게도 욕먹을 수 있을 것이고.

2-1)
의사 월급.

어떤 글의 리플 보니까 증원 좀 해서 월 2000 벌던 거 1600-1700 좀 되면 어떠냐는 말이 있더라. 돈 자랑하는 의사들이 많은 건지 어디서 의사는 봉직하면 기본으로 이천 벌고 시작한다는 식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나 모르겠네. 일단 나 지방 소도시에서 일하고 중환까지 다 보는데 통장에 실수령 이천이 안 찍혀. 실수령 이천은 의사들도 엄청나게 일을 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야. 나 처음 일할 땐 천오백 중반을 실수령으로 받았고, 그 다음 해엔 천칠백 후반, 작년엔 천구백 후반을 받았어. 일이 워낙 고되고 환자 풀 쌓이며 매출 늘어나니 나도 월급 계속 올려달라고 해서 올핸 드디어 이천 넘기긴 해. 근데 그만큼 일 많이 해 나는. 일단 블라인들 설날에 웬만하면 다 쉬었지? 나는 설날 3일을 콜당직 받으며 환자 입원시키고, 매일 회진 돌고, 응급 내시경 하러 또 세 번 추가로 나갔어. 매 연휴마다 내가 당직 서는 건 아니고 우리 소화기내과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거긴 하지만 연휴에 걸리면 꼬박 일하는 거야. 내 환자 안 좋으면 밤이고 새벽이고 나가서 환자 조치해야 해. 안 좋은 환자 있으면 주말에 멀리 안 나가. 토요일, 일요일은 한두 시간이라도 병원 나가서 안 좋아질 수 있는 환자 체크하는 편이야. 이게 요즘 다들 안 하려고 하는 입원, 응급, 중환 다 봐야 하는 지방 종병 내과 의사 역할인데 4년차 들어서야 실수령 이천 넘어간다고. 내과 의사 중에서도 페이 굉장히 센 편이야. 나 스스로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의사라고 생각 전혀 안 해. 내가 일반 국민들보다, 동료 의사들보다 돈 많이 받는 걸 알고 내 받은 만큼 그저 일한다고 생각해. 난 돈 받고 일하는 프로고 거기에서 내 스스로 부끄러움 없으면 사명감은 아무래도 괜찮지.

2-2)
저수가.

드디어 나왔다 수가 타령. 하지만 어떻게 해? 저수가 사실인걸. 내가 설에 응급 내시경 했다고 했잖아? 응급 내시경 케이스 세 건이었는데 이물 제거술이 두 건, 출혈 환자 지혈술이 한 건이었어. 설 당직 가시 환자 많이 와. 훠킹 동태전... ㅋㅋ. 아무튼 첫 번째 환자는 명태 가시 박혔다고 왔고 그거 시원하게 제거해 줬어. 병원마다 응급 내시경 멤버 세팅이 다르지만 우리 병원은 의사 한 명에 보조 인력 셋이야. 나는 이런 응급 진료까지 하는 걸 내 월급에 다 포함 시켜놔서 응급 출동비가 없고 ㅜㅜ 우리 간호사랑 조무사들은 출동 건수마다 오만 원 내외로 받는다고 알아. 자 그렇다면 한번 응급 내시경 팀이 가동되면 인건비만 십만 원에서 십오만 원 사이로 추가 지출이 발생해. 의사 추가 지출을 막아놨음에도. 명태 가시 환자 진료비는 얼마 나왔느냐면 22만 원 정도야. 환자가 내는 돈 14만 원에 국가 부담 8만 얼마 해서. 펜라이트랑 포셉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고 억대 가격의 감가 상각 있는 장비 세팅하고 소독하며 하는 일이 그래. 두 번째 환자는 가시 박혔다고 왔는데 가시가 없었어. 이게 사실 더 많은 케이스야. 가시 박혔다고 하는데 긁고 지나갔고 이물감만 있는 거. 이러면 병원은 이물 제거술 수가를 못 받아서 총 진료비 17만 원 정도를 받아. 인건비는 똑같이 십수만 원 나갔네요. 거 출동 인력이 너무 많은 거 아니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가시 같은 환자만 오지 않고 실제로 험악한 위장관 출혈이 가끔 오기 때문에 인력 세팅을 넉넉하게 해놨어. 식도 정맥류 출혈, 펌핑하는 궤양 출혈 같은 건 나랑 간호사 단둘이선 뭘 할 수가 없거든. 보조 인력 셋은 있어야 안전하고 신속하게 술기 진행할 수 있어. 세번째 환자가 직장 출혈이었는데 지혈술 수가는 얼마느냐면 22만 원이야. 보통 출혈 환자는 입원하기 때문에 그날의 가격은 알 수 없고 술기 수가만 말하면 이래. 지혈술이 정말 심플하면 22만 원이 이문이 남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출혈은 살 떨리는 케이스도 많아. 요즘 같은 시대엔 지혈술 했음에도 환자 안 좋아지면 나한테 법의 칼날이 올 수도 있는데. 22만 원.

2-3)
그럼 돈은 뭘로 벌어?

각종 검사와 다양한 입원 환자 매출로. 그래도 병원이 규모가 있다 보니 웬만한 검사는 자체로 다 되는데 자체 검사실이 있으면 검사 원가를 위탁보다 낮게 가져갈 수 있어서 검사하면 돈이 좀 남긴 할 거야. 특히 남는 건 CT나 MRI 같은 영상 검사겠지. 나는 소화기내과라서 MRI 찍을 일은 별로 없고 초음파, CT 처방이 주력이야. 초음파는 안 세어봤고 CT는 내가 일 년에 대략 천 건 정도 처방을 내. 엄청나지. 보통 혈액 검사도 같이 하니 매출이 CT 한 번에 33만 원 정도 나와. 그걸 일 년에 천 건 찍으니 돈 좀 벌어다 주겠지. 근데 문제는 이 천 건 중 의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찍는 경우는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거. 나머지 절반 중 일부는 환자가 원해서, 일부는 방어진료의 일환으로, 또 일부는 과잉 진료에 해당할 수도 있을 거야. 요즘 들어 환자들이 등 아프다고 진료실로 와. 그 조회수 수백만 찍은 내과 여의사 유튜버가 등 아프면 췌장암입니다, 이래서 그거 보고 다들 와 (센세 혹시 보고 계시나요. 센세의 공이 큽니다 ㅋㅋ). 등 아프다는 이야기하면 이제 나는 검사 뭐 생각하고 오셨냐고 먼저 물어봄 ㅋㅋ. 그렇게 췌장 검사하느라 CT들을 찍는데 3년 동안 등 아파서 췌장 꼬리 암 있었던 사람은 아직 한 케이스도 없었네 아직. 방어진료 또는 과잉 진료의 일환은 이런 경우. 요즘 회사에서 해주거나 개인이 돈 많이 내고 전신 검사를 긁는 경우가 있는데 거기에 암 표지자가 들어간단 말이야. CA 19-9라는 췌담도 계열 암 표지자가 있어. 이거 조금 높아졌다고 다 내 진료실 들어온단 말이야. 처음엔 CA 19-9가 암 검진 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지표다, 실제 췌장암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 어쩌고저쩌고 설명했지만 요즘은 더 설명 안 함. 환자들은 그냥 검사해서 완벽하게 내가 괜찮다는 걸 확인하길 원해. 그리고 나도 정말 만에 하나 케이스에서 그냥 두고 봅시다 했다가 췌장암 나오는 걸 겪기 싫고. 요즘엔 거의 다 CT를 찍어. 아주 약간의 CA 19-9 상승에도. 환자도 나도 불만이 없고 깔끔하지. 당연히 췌장 병 나온 사람은 한 건도 없었어. 참고로 대한 췌담도내과학회에선 건강 검진 목적으로 CA 19-9를 시행하지 말 것을 권고해. 암 조기 발견의 이득은 없는데 필연적으로 과잉 검사가 유발되기 때문이지.

2-4)
실비라는 괴물.

아까 CT 찍은 사람들 있잖아? 소견서 써달라는 사람이 점점 많아져. 필요해서 찍었다라는 식으로 써달라는 거지. 내시경 검사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복통 평가 위해 내시경 검사했습니다,라는 소견서를 써달라는 거지. 이러면 아마 실비 보험에서 검사비를 돌려주나 봐. 입원시켜서 이것저것 검사해달라는 사람도 있었어. 처음엔 한두 명 해줬는데 너무 날 귀찮게 해서 요즘엔 실비 목적으론 입원 안 시켜줍니다 하고 컷 해. 난 병원 오너 아니고 봉직의고 내 매출을 이런 식으로 올리고 싶지 않아. 병실도 부족한데 아파서 입원하는 사람이 우선이거든. 아무튼, 내가 평소에 낸 실비 가지고 검사 좀 한 게 뭔 잘못이요? 할 수 있겠지. 응, 잘못이야. 우리 건강 보험 지불 구조 알지? 본인 부담금 30퍼센트, 보험 70퍼센트. 실비에서 30퍼센트만 받으니까 잘못 아닌 게 아니야. 본인 부담금 30퍼센트를 지우는 순간 비용 저항이 없어져서 이 검사, 저 검사 다 하고 그때마다 나머지 진료비 50퍼센트에서 70퍼센트가 보험 재정에서 꼬박꼬박 그 환자한테 나가거든. 실비 없는 사람은 이게 나한테 꼭 필요한 검사일까? 스스로도 고민하고 의사랑 상담한 뒤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데, 실비 환자는 비용 저항 없이 의료 쇼핑을 하고 보험 재정 또한 그때그때 다 빨아먹는단 말이야. 어떤 환자는 3개월씩 받으면 되는 약을 2주치씩 받으러 와. 이유는 설명 안 해도 알겠지. 그때마다 그 환자한테 우리 보험 재정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거지. 왜 환자만 탓하느냐고? 예야, 정확합니다 당신. 병원도 같이 꿀을 빱니다. 그래도 나는 보험과, 바이탈과 의사고. 내가 먼저 실비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에게 검사 차별을 하지 않아. 내가 필요한 케이스에선 찍고, 불필요하다고 하면 안 찍고. 소견서 써달라는 환자의 요구가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 거절할 명분이 없어서 그냥 적당히 써 줘. 실비로 낭비되는 의료 행태를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거지. 동료 의사들에게 욕먹을 소리가 여기서 나오는데 실비를 이용해서 매우 큰 매출을 올리는 몇몇 과들 문제 확실하지. 실비만 받아먹는 게 아니라 환자와 함께 보험 재정 슈킹하는 공범이니까. 이번에 급여, 비급여 혼합 진료 금지 정책안도 있었잖아? 나는 어느 부분 매우 동의해. 이 실비 시장을 무너트리지 않으면 보험 재정은 남아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난 생각해. 실비로 해결할 거면 보험 재정을 받지 않고 실비로 진료비 100퍼센트를 전부 부담하게 해야 한다고. 일종의 사보험이 되는 거지. 도수 치료 시장 연 1조 규모. 말이 안 나오지. 어디는 돈이 안 되어서 전문의 배출이 안 되는데 어디는 실비로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으지. 실비는 의료 시장 왜곡의 일등 공신이야. 무분별한 보험 재정 슈킹을 못 하도록 제한을 많이 걸고 대대적 개편을 해야 한다고 봐.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반응 좋으면 담 편에 하고 싶은 이야기 더 쓰고, 반응 없으면 그냥 여기까지 하겠읍니다. 다들 주말 마무리들 잘 하시고...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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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eamblind.com/kr/s/xTkxOw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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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댓글 239

의사 · ,*********

어짜피 수가 원가 보전율이 70프로라 뭘 할수록 손해인데 이걸 장례식장 매점 1인실등 비보험으로 매꾸는 구조인데... 어짜피 의사 한명 고용하면 진료실도 하나 더 만들어야 되고 외래만 봐도 간호사 두명을 더 고용해야 하는데 더 고용할까요?? 어짜피 의료 패키지 통과하면 적자여도 상관없는 국립대 병원만 남을것 같은데... 그러니 병협이 찬성했겠지

새회사 · 예*****

덩달아 조저지는 미용지피 통증의학 (수요 공급에 의한 경쟁)
필수과에 올라가는 의료수가
이런식으로 패키지로 들어가지 ㅋㅋ
의사 증원하나만 보니까 숲이안보이지

공무원 · l*********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니 좋다

형 근데 야간에 자다 일어나서 출동하고 문제 해결될때까지 퇴근못하고 명절 주말 없고일하다 목숨이 오가는 산재 날 위험 있고 일 자체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다 힘든 직업들
대졸, 경력 5년차 이상일때 연봉 1억정도 받으면 잘받는거야 물론 세전.
반도체장비CS엔지니어가 딱 그렇거든. 신체장기 다 녹여버리는 불산관이 막 지나다니는데 실수로 그거 누출시키면 처자식과 평생 빠빠이. 신체적으로 너무 빡세서 40대에는 현엑에서 못버팀. 영어나 일어로 된 장비 매뉴얼 보고 수리해야하는데 매뉴얼로 안되는건 공학적 지식을 근거로 추리+본사랑 영어나 일어로 소통해가면서 원인파악하고 수리. 근데 외국계만 한장 채워서 받지 국내사는 못받음.
형이 의사 급여에 익숙해져있어서, 객관적이고 양심적으로 보는데도 감이 안잡히는거야.

공무원 · l********

필수의료는 왜 붕괴된 걸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자 처음과 끝은 개원가의 수익이 커도 너무 크기 때문임.

필수과 전공의가 왜 없을까?

수년간 존버해서 전문의를 따는 것과 지금 당장 강남가서 레이저 쏘면 주5일에 넷1000~1200(세전연봉 2억) 받으니까. 사람 살리면서 ㅈ뺑이 쳐봐야 돈도 안 되고, 미래 기대수익을 봐도 미용GP나 실비공장 같은 비즈니스 모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의사도 사람인데 당연히 할 이유가 없지.

그럼 인기과(피안성, 정형 등)는 왜 여전히 인기가 있을까?

수련 안 하고 뛰쳐나가서 레이저 쏘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으니 존버 하는 거지. 씨암+도수 묶어서 실비공장 돌리면 환자는 1만 원 내는데 병원은 30만 원 이상을 먹음. 이건 나중 혼합진료에서 후술함. 암튼 그런 환자가 하루에 수십 명인 거지. 요즘 통증과 세후 월 4천(세전연봉 8.5억) 못 가져가면 문제 있다 솔직히. 안과도 연간 수백억짜리 백내장 시장 규모가 실비공장 돌아가고 난 후로 1조 넘게 치솟았음.

소아과도 망했다는데?

지방 소아과 페이 넷1800(세전연봉 3.5억), 수련 안 받아도 가능한 도수공장이 두 배는 더 버는데 진상엄마들 성화에 애기들 울음소리 들어가며 그 돈 벌래? 아니면 물치사들한테 오더만 찍찍 내리고 두 배 이상 벌래? 당연히 안함 ㅇㅇ. 그냥 지금의 로컬시장은 실비의학+미용이 정답임. 의대 6년만 다니면 연봉 2억짜리 미용 페이자리가 있고, 돈 있거나 용기가 있으면 개원해서 실비로 돈 쓸어 담는 게 현재 메타.

전공의 인력난? 월300 주80시간?

월300 주80시간 몇 년만 버티면 세전 월 7천. 연봉 아니고 월봉. 퇴직 앞둔 아빠 연봉을 전문의 딴 아들의 초년임금 월봉으로 갈음할 수 있는 게 지금의 의사임. 그러니 존버할 과는 울며 겨자먹기로 들어가고, 수지타산 안 맞는 과는 기피, 인력난 시달리는 거임. 병원 입장에서도 그래도 들어오니까 딱히 처우개선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거고. 아, 다들 알만한 유명한 큰 병원은 임금 더 적기도 함. 그래도 병원 이름 따고 싶어서 오니까.

필수과 수가 높여서 전공의 월급도 보전해주고, 병원급 일자리도 만들어 주면 안됨?

수가 문제도 핵심 맞음. 근데 그러기엔 건보재정이 없는걸?

건보재정 부족한 건 한의사 같은 애들이 쪽쪽 빨아먹어서 그런 거 아님?

한무사들 건보 비중 약 3%. 넷플릭스 구독했다고 집안경제 망한다는 소리랑 비슷.

그럼 건보재정 왜 부족함?

일단, 얼마 전 코로나 때 감염예방관리료 라는 명목으로 신속항원검사(RAT) 시 2~3만 원 정도의 금액이 건보재정으로 보조가 됐음. 그래서 의사들은 코 한 번 쑤시고(다들 해본 그 검사 맞음 ㅇㅇ)6만 원 내외씩 받았고, 이 때 로컬에서 하루 수십 명 코 쑤셔서 매출 수백씩 올리는 게 유행이었음. 코로나 예방접종도 보건소에서 위탁받아서 2만 원 좀 안 되게 받고.

코로나는 막아야했으니 어쩔 수 없는 거 아님?

맞음. 근데 수가 정하는 것도 의협과 정부가 협의하는 건데 환자 목숨 걸고 드러누우면 뭐 이긴 놈이 가격 정하는 거지. 일반인도 다 하는 코에 면봉 한 번 슥 넣었다 빼는 거 환자는 5천 원 내고 의사는 6만 원 받고. 이걸로 조 단위 재정 증발함. 그리고 아까 말했듯 현재 대유행인 실비공장 이게 문제임.

실비는 개인과 보험사 간의 사적계약인데 건보가 무슨 상관?

비급여 부분 단독 청구하면 본부금 30%인데 건보랑 엮으면 1만 원임. 그래서 온갖 건보 행위를 엮어서 1만 원짜리 도수공장을 돌리는 것. 혼합진료(급여(건보)+비급여)를 하면 환자입장에서는 본부금이 30%, 최소 3만 원에서 1만 원으로 내려가고 의사 입장에서는 건보수가까지 같이 먹으니 둘 다 윈윈임. 그래서 과잉진료가 판을 쳤고, 그 결과 건보재정 박살남. 그래서 이번에 나온 필수의료정책패키지를 살펴보면 특정 부문에 대한 혼합진료 금지라는 내용이 들어가있음.

필수의료정책패키지가 뭔데?

혼합진료 금지해서 개원가 초고수익 비즈니스 모델에 제동 걸고, 건보재정에 10조 넣어서 필수과 수가 인상할 수 있는 기초재원 마련, 그리고 병원급 일자리 늘려서 의료체계 정상화, 그리고 의대 증원으로 의료 인력 추가 공급임. 의대 증원도 실제 인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의사 수가 늘어나면 결국 개원가는 경쟁이라 의사 한 명당 가져가는 수익이 비율대로 줄어들게 되어 있음. 로컬꿀통이 박살나면 “~과 할 바에야 걍 레이저쏘고 도수공장 하지~” 가 안됨.

의사들은 왜 반대하는데?

의사 입장에서 번역기 돌리면 현재의 초고수익 비즈니스 모델 보고 의대 왔는데 이걸 깨부시겠다고?임. 개원가는 무한경쟁이라 숫자에 민감함. 그냥 옆에 비슷한 컨셉 업장 몇 개 더 생기면 환자 나눠 먹는 거고, 그 비율 그대로 수익이 줄음. 그리고 필수의료정책패키지에는 로컬 최대 꿀통인 실비공장에 대한 규제(일부질환 혼합진료금지)가 포함되어 있음.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다 꿀통 박살나는 이야기들 뿐인데 발작 일으키는 게 정상. 반대로 말하면 필수의료 정상화시키려면 꿀통 처참하게 박살내서 "레이저 쏘고 도수오더 내릴 바에야 그냥 사람 살리는 수술 하지..."가 되어야 함. 그게 아니면 그 어떤 경우에도 필수의료 정상화는 불가능함.

건보재정 고갈 이후엔 민영화된다는데?

글쎄. 문 케어 이전에는 건보 흑자 10조라고 건보공단에서 자랑하고 난리도 아니었음. 정책 하기 나름임. 그게 이번 필수의료정책패키지가 중요한 이유고.

근데 역대 정부 다 처 발렸는데 용산은 왜 이렇게 나댐?

의대정원은 아주 오랜 기간 늘어나지 않았음. 의사들은 언제나 1이라도 손해보는 장사라면 환자 목숨을 볼모로 드러누워 버리면 그만이었기 때문. 의료붕괴라는 무시무시한 타이틀 아래 국민들의 목숨을 걸어놨으니 정치인 입장에서는 지면 잃을 게 너무 많았음. 하지만 의사집단이 걸어야 할 것은 딱히 없었음. 왜냐하면 면허의 박탈 조건이 협소하고, 또 박탈된다고 해도 재교부 조건이 어렵지 않았었기 때문. 대한민국의 입법, 사법, 행정 모두가 자기네 면허를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안 의사들은 이권 관련 다툼만 생기면 환자 목숨을 담보로 잡음. 이런 전략은 가히 가불기에 가까워서 여태 정부를 상대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음. 승률 100%짜리 게임을 계속 한 결과, 의사들은 정원을 통제하고 막대한 이권을 독점함. 진 적도 없고, 누가 자신들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때쯤, 스스로가 대한민국 입법 사법 행정 위에 있는 초법적 존재라는 자의식을 형성함. 감히 의사를 상대로 도전한다 뭐 이런 워딩을 남발하는 거 보면 국민들은 경악하지만 내부에서는 사실 일상임. 요즘 블라에 하도 짤들 많이 올라와서 잘 알거임.

근데 2023년 11월 20일, 큰 변화가 일어났음. 바로 개정된 의료법이 발효되기 시작한 것. 의사 면허는 의료 관련 법령의 위반 등 ‘특정 조건’에서만 한정적으로 박탈될 수 있었던 면허가 이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기만 하면 무조건 5년 털리게 됨. 그리고 두 번 개기면 10년을 털어버림.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예전에는 ‘특정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라는 전제가 있었는데 이젠 법 조문이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 그냥 금고 이상의 형? 집행유예라도 면허가 털리는데 그냥 털리는 게 아니라 ‘5년’ 털림. 징역 ‘1일’형에 집행유예 1일이라도 면허 취소 후 5년 내 재교부 금지임.

현재 구도는 스스로를 초법적 존재라 생각하는 자의식을 가진 집단 VS 슈퍼 검사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음. 소싯적에 대통령도 썰어보고, 재벌도 썰어봤는데 갑자기 연봉 좀 높은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국민들 인질로 붙잡고 테러리스트 흉내를 내고 있으니 때마침 총선도 있겠다, 킬각도 보이겠다 냅다 이니시 박은 거임.


요즘 의대 증원 글 많이 보여서 적당히 정리해봄.

공무원 · !********

못살지만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던 시절 만들어진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인 건보제도는 이미 수명이 다하였다. 건보 폐지하고 수가와 의사정원은 철저히 시장에 맡겨 자유경쟁으로 가야한다. 지금 나라 재정으로는 뾰족한 수가 없다.

새회사 · u*****

의사들도 문제지만 의사를 자본주의 괴물로 만든 건보도 문제다.

공무원 · l*********

공감하지만 비필수의료 수가를 높인건 의사단체라서...
의사라는 직업군의 내부 리더십이 형편없어서 생긴일

삼성전자 · d******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래도 증원은 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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