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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자취하는 친구의 알몸을 찍은 이야기

서울9호선운영 · l*********
작성일2018.10.26. 조회수2,243 댓글7

#이야기

나는 대학시절에 자취를 했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땐 자취가 아니라 하숙을 했다. 원래는 자취방을 구하려다  방을 구하기도 귀찮고 

길에 나와서 학생들을 꼬드기는 아주머니의 꼬임에 넘어가 하숙을 선택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하숙에 대한 로망도 있었다. 

그 모든건 고등학교 시절에 즐겨보던 시트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작지만 아늑한 나만의 공간, 친절한 주인집 아주머니가 매일 챙겨주는 맛있는 음식들, 매일 같이 학교에 가자며 아침마다 

방문을 두들기는 다른 과 여자아이, 느닷없이 찾아와 이거 제가 만든건데 오빠 좀 먹어봐요라며 먹을걸 건네고 수줍게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귀여운 주인집 딸래미, 다 같이 모인 저녁식사자리에서 식탁아래로 발을 내밀어 날 툭툭 건드리는 

다른과 여자선배! 가끔 옥상에서 맥주를 마시며 내 고민을 들어주는 멋진 형. 

하지만 그런 나의 환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히 박살났다. 

오래된 곰팡이 냄새가 진동을 하고 심해 깊은곳처럼 한줄기 빛조차 들지 않으며 외풍이 공업용 선풍기를 틀어놓은 것 처럼 

불어제끼는 방이라기 보다는 수용소라고 부르는게 적절해 보이는 나만의 공간과 내가 학생이 아니라 수감자가 된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형편없는 반찬들, 월말만 되면 귀신의 형상으로 온 방을 돌며 하숙비를 걷으러 다니는 주인 아주머니, 아침마다 

생기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얼굴로 반쯤 죽은사람처럼 도서관으로 향하는 아랫방 법학과 형님, 그 뒤를 따라 가끔 

토사물로 자기가 지나온 흔적을 남기며 들어오는 옆옆방 경영학과 친구, 밤새 '야! 뒤! 뒤! A통!! 아 반샷! 이게 왜 안죽어! 아 ㅅㅂ!!! 

라고 사자후를 내뱉는 옆 방 영문과 친구, 나보다 세 살 이나 어린 주제에 고등학생이라기 보다는 용역깡패 같은 외모를 지닌, 

가끔 내 방문을 두들기며 '형 혹시 담배 있어요?' 라고 묻는 주인집 아들놈. 

내가 사는 곳은 말 그대로 무간지옥이었다. 

결국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를 치고 쫓겨났고, 그 이후부터는 졸업할 떄 까지 쭉 자취를 하면서 생활했다. 

나 말고도 집이 먼 친구들은 대부분 기숙사를 들어가거나 자취를 했는데 우리 학교 기숙사는 성적우선으로 학생들을 

뽑았기 때문에 나는 애초에 기숙사에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기숙사에 들어갔어도 금방 쫓겨날 게 불보듯 뻔했다. 

매일 밤마다 밤도깨비처럼 대학로를 배회하며 돌아다녔기 때문에 통금시간이 있는 기숙사는 나와 잘 맞지 않았다. 

나처럼 자취를 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돈이었다. 있는 집 자제들은 가끔 아예 학교 근처에 집을 사거나 전세를 구했지만 

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기계약으로 집을 구했다. 보통 대학가 근처의 자취방들은 1년단위로 계약을 했는데 

그 금액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취하는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방을 같이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같이 방을 구하다보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부담해야 되는 돈이 절반이 된다는 점이었다. 

하숙방을 나온 나는 친구네 자취방에서 얹혀 살다가 결국 나중엔 그 친구와 함께 방을 구했다. 

처음엔 돈도 굳고 친구와 함께 산다는 게 재밌었지만 지내다보니 여러가지 불편한 점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족외의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게 쉬운일은 아니었다. 

난 요리하는 건 좋아했지만 설거지는 싫어했다. 친구는 요리를 못했다. 그래서 둘이 살 때 요리는 내가 하고 설거지는 친구가 하기로 했다. 

처음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가 치우기가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럴만도 한게 난 요리를 할 때 좀 과격하게 하는 편이었다. 한 번 요리를 하고나면 주방이 폭탄이라도 맞은것처럼 난장판이 되고는 했다. 

어느 날 요리를 하고나서 주방에 남은 식재료들의 홀로코스트를 보고 친구는 결국 참았던 분노를 터트렸다. 

"야 이 새끼야! 쫌 깨끗하게 못하냐?"

"뭐 임마? 니가 요리가 뭔지나 알아?"

"미친소리하지 말고. 너 이새끼는 뭔 전생에 모이였냐? 시바 닭을 해체를 하다못해 아주 갈아서 주방에 뿌려놨어!"

"내 요리혼을 폄하하지마 이새끼야!"

가끔 요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요리도 매일 하다보면 지겨워지기 마련이다. 처음엔 이것저것 사다가 다양한 요리를 했지만 

어느순간부터는 거의 정해진 요리만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 마저도 귀찮아 질 때가 있었다. 

"야 오늘 밥 뭐할거냐?"

"오늘? 어디보자.. 오늘은 가공된 밀가루에 특별한 양념으로 진한 맛을 낸 일종의 국물요리를 해볼까?"

"뭔데 그게?"

"라면."

"야 이 개!! 요번주 내내 라면이잖아!"

"이새끼가 지금껏 하루세끼 꼬박 챙겨줬더니.. 이래서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랬는데... 꼴도보기 싫으니까 나가 이새끼야!"

우리가 투닥거리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 굉장히 사소한 일에서 부터였다. 

"야. 가서 아이스크림좀 사와라."

"돈 줘."

"..그지새끼. 야."

친구는 돈을 받고는 슈퍼로 향했다. 친구가 사온 아이스크림을 보고 나는 눈쌀을 찌푸렸다. 친구는 나와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오로지 아이스크림만 붙어있는 형태를 좋아했고 친구는 아이스크림에 뭔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걸 좋아했다. 특히 붕어모양을 한.

"또 이거 사왔어? 어제도 이거 먹었잖아! 그리고 몇 개를 사온겨. 두 개 만사와야지!"

"이게 맛있어. 임마. 뭐 어때 냉장고에 넣어놓고 먹어."

"아 난 이거 싫어한다고!"

"맛있어. 먹어봐. 먹다보면 너도 좋아하게 될거야."

"아 싫다고! 싫어! 가서 바꿔와! 이 미친 싸만코패스새끼야!"

그 외에도 방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날 때까지 서로 청소를 미루다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새끼 혹시 밤사이에 뒈진거 아냐? 라는 생각에 서로의 

코 밑에 손가락을 대 숨은 쉬고 있는지 확인한다던지 가끔 친구가 여자친구를 데려온다고 날 쫓아내면 다른 친구들을 우르르 끌고 와 

친구와 친구여자친구가 다투게 만든다던지 하는 사소한 갈등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날 거슬리게 했던 것 중 하나는 녀석이 씻을때였다. 녀석은 항상 샤워를 하고 나면 알몸으로 돌아다녔다. 

그 때마다 나는 질색을 했다. 남자들끼리 뭐 어때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덜렁거리는 친구의 드래곤볼을 두 눈으로 보는게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아 미친새끼야 옷 좀 입고 돌아다녀!"

"왜? 좀 말리고 입어야지. 안보면 되잖아?"

"개새퀴야! 니가 티비 절반을 떡 가리고 있는데 어떻게 안보냐! ㅅㅂ 구마적이 니 꼬추랑 대화하고 있잖아 지금!"

"여기가 젤 시원하단 말야."

내가 몇 번을 얘기해도 녀석은 들은 체 만 체 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나는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어느 날 난 씻으러 들어간 녀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또 알몸으로 튀어나왔고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야! 뭐해! 미친새끼야!"

"이제 한 번만 더 홀딱 벗고 돌아다녀봐라. 애들한테 쫙 돌린다."

"아 또라이새끼. 안내놔? 빨리 지워라."

"꺼져."

녀석은 그 이후로 더이상 알몸으로 돌아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후 녀석은 또 알몸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옷 안입냐?"

"어."

"사진 보내?"

"보내. 사진 내가 지웠어."

"지웠다고? 그럼 또 찍으면 되지."

하지만 핸드폰이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어느새 내 핸드폰을 숨겨놓았는지 의기양양하게 알몸으로 쮸쀼쮸쀼거리며 활보하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메일을 열어 사진을 한 장 다운받은 후 바탕화면을 바꿔놓았다. 

바탕화면을 본 녀석은 주섬주섬 속옷을 입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여자 후배 하나가 찾아왔다. 

"오빠 우리 이번에 발표하는거 ppt어딨어요?"

"그거? usb에 있는데?"

"usb어딨는데요?"

"집에있지."

"가져다 줘요."

술자리를 떠나기 싫던 나는 후배에게 말했다. 

"니가 가져가. 우리집 비밀번호 알지?"

"오빠네 집 비밀번호는 우리과 사람들이 다 알걸요. 알았어요."

그렇게 계속 술을 마시고 있는데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왜? 못찾았어?"

"아니 찾았는데."

"근데 왜?"

"오빠. xx오빠 꼬추사진은 왜 찍었어요?"

마시던 소주가 코로 나올뻔했다. 

녀석은 바로 옆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자리를 옮겼다.

"... 그걸 왜 봐.."

"아니 안에 사진파일 있길래... 근데 오빠들 되게 친한가보다.."

"아니거든.. 암튼 그런게 있으니까. 조용히 나와 그냥.."

"... 오빠."

"... 왜?"

"이거 ppt 바탕으로 깔아도 되요?"

"응 발표 끝나고 내가 송장 하나 치우는 거 보고 싶으면 깔아."

댓글 7

서울교통공사 · 전****

ㅋㅋ어쨌든 재밌네
연재 가자

KT · P*********

여자후배가 당돌하네

두산중공업 · 우********

무간지옥에서도 사고치고 쫓겨날 정도면 이 형은 대체..

전북은행 · 좋*******

형님 오늘은 이야기 좀 웃겼어요 ㅋㅋ
올렸던거 반복해서 올리는 느낌이 좀 있었는데 오늘은 신선하고 웃겼네요!!
익명의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서 연재하는 것도 괜찮을거 같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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