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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였다는 것이 좋으면서도 아팠던 때

삼성SDS · 그*****
작성일2019.05.19. 조회수2,167 댓글15

나는 미혼모의 자녀로 태어나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성인이 되어 한창 철이 없을 때는 조금만 친해져도 나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솔직히 내 과거는 나에게 있어서 엄청 슬프거나 한게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듣는 상대방은 좋게 듣다가도 말하는 나보다 더 괴로워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었다.

흡사 내가 사이코패스가 되어 여린 소녀를 괴롭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어느 때부터 나는 내 과거를 감추었고 설사 누가 양친에 대해 물어보더라도 코끼리를 설명하는 옛 중국인들처럼 얼머부렸다.

그런데 나는 얼마 전 술자리에서 나를 고생을 모르는 철부지 공자처럼 이야기하는 누구를 보고 열폭해서 그만 내 과거를 후배에게 말하고 말았다.

십수년간의 경험으로 그 후배도 그 고백을 껄끄럽게 여겨 곧 나와 멀어지고 나는 또 괴로워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입 밖으로 내 과거가 나오는 순간 내 심장은 기꺼워했겠지만 내 이성은 깜짝 놀라 곧 다가올 서늘한 미래를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후배는 본인의 힘든 이야기를 꺼냈다. 양친으로 받은 아픈 이야기였다. 구체적으로 말 할 수는 없지만, 차마 있어 좋을 부모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 때의 내 심정을 이야기하자면 몹시 이율배반적이었다. 고아인게 차라리 낫겠네.. 라는 조금은 붕 뜨는 좋은 기분이면서 나에 대한 혐오감이 들었다. 후배에 대한 안쓰러움을 느끼면서 그런 안쓰러움을 느끼는 내가 몹시도 가증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동질감을 느낀다는게 우스웠다.

내가 어떡해야했을까? 나를 보는 사람들 또한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세상 사람들이 나와같은 진창에 구르지 않길 바라면서 진창에 구르는 사람을 보면, 아.. 제발.. 그러지 않길 바라면서 동질감을 느끼고 안심하고.. 내가 싫었다.

#고아원

댓글 15

코리아센터닷컴 · 김**

사연없는 인생없지 굳이 다 반응하지않아도될거같아

티웨이항공 · 미****

사람이니까 그런거야
괴로워하지마 형
그럴 수 있어

신세계인터코스 · d*****

그런 아픔을 동정심이 아니라 쓰니의 일부로 받아드리고 사랑해줄 사람이 있을거에요

아모레퍼시픽 · 환***

쓴이 마음에 상처입은 흉터들이 깊게 패여있을것만같아 맘아프다 ... 강해졌으니 앞으로는 행복하자 행복만하자 ~~ 근데 그와중 글을 너무 잘쓴다.

삼성전자 · 루**

과거의 아픈 기억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신한은행 · 하****

없쥐

스타벅스 · 의*********

사람은 다 자기만의 십자가가 하나씩은 있고 그건 타인이 어떻게 해줄수 있는 문제는아니지. 다만 나의 아픔을 타인과 견주어 내가 재보다 낫다 하지말아야하며 내가 너보다 더 힘들어라고 속단하지 말아야겠지. 각자 자신을 잘 돌볼때 타인도 잘 돌볼수 있는거처럼.

한미약품 · i*********

누구나 아프고 힘든 기억이 있고
저울질은 본인 아닌 이상 불가능

NH농협은행 · x*******

괴로워하지 마요. 이젠 인생의 모든걸 님이 선택 할 수 있는걸요:)
화이팅! 다 각자 어두운 면을 숨기고 혹은 잊거나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을뿐이에요

새회사 · 정******

사람의 솔직한 모습이지

현대두산인프라코어 · 보*********

본문의 사건(?) 이후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접근하는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남아있는 글들을 모두 읽을 즈음에는 더 단단해진 흉이 있겠지요?

마지막 두단락은 인간의 속성 아닐까요?
제가 그러해서 좋게 생각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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