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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과 가증스러움

삼성SDS · 그*****
작성일2020.09.19. 조회수1,177 댓글17

혹시 가증스럽다는 감정에 대해서 아시는 분이 있는지요? 그것을 누구에게 느꼈는지요? 아마.. 많이 가까운 분에게 느끼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런 표현을 고아원을 나와서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배웠는데, 그 때 가증스럽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제가 참 철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아동복지시설에서 자랐는데, 그 복지시설은 가톨릭계 수녀원이 운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랜 기간 동안 수녀님이 담당해서 키워주셨습니다.

우리를 담당하는 수녀님은 1년 단위로 바뀌었는데, 그 때마다 저는 혼란스러워하면서 그분들께 잘보일려고 노력했습니다.

수녀님들은 항상 제게 말했습니다. 공부머리는 있어도 일머리는 없다고. 사회에 나가서 제대로 살 수 있게 만드려면 좀 많이 정신차려야된다고.

그래서 나는 많이 욕먹고 얼차려도 받고, 그리고 웃음거리도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때 나를 담당했던 수녀님은 웃으면서 말을 합니다. 너 중고등학생 때 라면 하나도 니 손으로 못끓여먹은거 기억나냐고. 그런 네가 이렇게 멀쩡히 잘 사는게 신기하다고. 그게 다 당신들께서 고생해서 가르친 거라고. 너는 정말 참 못고칠 병신이었다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웃습니다. 수녀님은 정말 뿌듯해하고, 나는 그저 스쳐지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수녀님들은 항상 말합니다. 지난 세월 동안의 폭언과 강제접인 고행은 다 너를 위해 시킨 거라고. 당신들은 항상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그런데 나는, 악한 나는 터져나오는 의심을 제어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수녀님들이, 그리고 나의 선배들이 나에게 시켰던 강제적인 체벌과 보속들이 오로지 나를 위한 것들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 때의 나는 미움받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그 모든 것들을 감당했는데, 이제는, 기억 속에서도 미움받기 싫어서 애를 쓰다가도 그것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인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수녀님, 나는 이제 장성했고 가증스러움이란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항상 나를 위해 했다는 그 모든 것이 정녕 나를 위한 것인지 나는 꿈속에서 수없이 반복해서 묻곤 합니다.

더한 괴로움은, 사실이 어떠하든 그래도 그 때, 당신께서 나를 위해 그러셨다고 믿는 것이 지금도 최선임을 아는 것입니다. 알아요, 그래서 수녀님께서 그랬던 것이겠죠? 나는 믿습니다. 그래도 당신께 일말의 사랑이 있었음을. 그렇게 믿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고아원

댓글 17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 w********

신부나 수녀도 다 똑같은 인간임.. 그냥 성직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것일뿐
고아원 원장이나 담당 선생과 다를바가 없음
고생많았어. 앞으로 행복한 일만 있길 바랄게

LG전자 · 🥂**********

수녀님들 이미지가.. 믿기힘들다

한국로슈 · l*****

뭐하러 아직도 만나냐 라고 말하면 안되겠지. 행복해지기 위해 좀 이기적이 되어야 할듯

강동성심병원 · i*****

하나님곁에서 체벌받을것들

서울교통공사 · M********

결국 그러한 사람도 사랑이 있다는것을 믿는게 나를 위하는 최선의 길이란 말에 많은 것을 느끼고 갑니다.

공무원 · s********

그냥 훌훌 털어버리고 잊자..
이미 지난 일이고 되돌릴수 없쟎아
그때 네가 뭘 할수 있었겠니?
수녀의 사랑이든 아니든 그런건 이제 중요하지 않으니까

현대두산인프라코어 · 보*********

가증스럽다

겉과 속이 다르다?
위선적이다?
당신의 지금 모습 워딩 행동이 당신의 진심인가?

뭐 이런 의미인가요?

가끔은 내 자신이 누군가에게는 가증스러운 존재는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가까운 사람을 통해서 가끔 배신감도 느끼기도 합니다만

제나이 정도 되면 세상이 일방적인 이쁨만 있는건 아닌걸 알기에 본문의 내용이 크게 이상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 당사자였던 흉이 나열한 단어들이 이해되면서도 서늘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네요

신용보증기금 · i*****

수녀님들이 욕을 하세요............?

현대두산인프라코어 · 보*********


후속 첫 댓글입니다
같이 정주행 하는겁니다 ㅎㅎ

반가운 마음에^^

보령제약 · 배*******

하나하나 아껴가면서 지난 주말부터 정주행중이에요... 읽을수 있는 글이 몇개 남지 않아 아쉽네요ㅠㅠ

새회사 · Τ***

어떤 의미를 가지고 체벌을 하던 이를 받는 사람에게는 오로지 단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할 뿐이지. 바로 체벌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말이야.

늦었지만 우리 모두 서로 상처주지 말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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