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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수녀님께

삼성SDS · 그*****
작성일2020.06.14. 조회수2,105 댓글28

나는 미혼모 시설에서 태어나 19년을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내가 고아원 바깥으로 나와 가장 충격을 받은 사실 중에 하나는, 보통은 자식이 부모님에게 반말을 한다 것이고(같은 연배 어른한테는 극존칭을 하는데 도대체..)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극도로 지탄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부모님은 수녀님들 밖에 없었다. 그분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미움받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했다. 나는 나를 키워준 수녀님들을 전부 기억한다. 장안나 수녀님, 박아가다 수녀님, 오카타리나 수녀님, 수산나 수녀님, 안아가다 수녀님, 젤마나 수녀님, 방지가 수녀님..

그리고 김소피아 수녀님.

그분들을 보고 싶지만 쉽게 만나러 갈 수 없었다.

수녀님들은 내가 만나러 가면 늘 나를 혼내시는 분들이기 때문이었다. 왜 이리 연락이 없냐. 너는 참 못됐다. 미사는 매주 다니느냐? 후원은 왜 하지 않느냐... 그건 기본이다. 말도 마라..

그 오랜 세월동안 나는 수녀님이 그리우면서 무서웠다. 그래서 한동안 보러가지 않았다. 심지어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종종 꿈에서 수녀님들을 만났다. 그렇게 오래 뵙지 않았는데도 수녀님들은 매번 꿈에 나와 주셨다. 언제는 어린이날에 쑥스러워하면서 2인3각을 했고 언제는 만두를 배식하면서 웃었다. 같이 등산을 가기도 했다. 그렇게 싫었는데.. 꿈에서 깨고 나서 한동안 머리가 얼얼했다.

십수년이 지났는데도 내 꿈에서는 여전히 그날의 수녀님들이 나와 같이 울고 웃었다. 수녀님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했다. 그 수백명의 아이들 중 나를 기억해주셨을까? 그래서 두렵다.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걸 알게 되는 것도 무섭지만, 혹시라도 이런 나를 사랑하셨을까봐.

#고아원

댓글 28

대법원 · 홓*******

사랑했으니깐 혼냈고 잔소리하겠지 형 사랑하지
않으면 관심도 없어

삼일회계법인 · a*****

사랑하지만 잘 표현하지 못하는 부모님도 있잖아.. 분명 수녀님들도 그러셨을거야. 그리고 다 기억하실거야. 쓰니는 분명 소중한 사람이야

공무원 · i*********

사랑이 없으면 꾸짖음도 없습니다.

공무원 · t*****

알로이시아 나왔니...

영양사 · 은****

알로이시오 맞는 것 같아

CJ ENM · d********

사랑스러운 사람이라 사랑한거니까 맘껏 사랑 받으세요

롯데쇼핑 · i*********

늘 응원하고 있어. 쓴이야, 쓴이의 글을 읽을땐 항상 옆에서 쌔근대는 울 아가의 숨소리를 듣는 밤중이야. 쓴이의 글을 읽고나면 사실 오래도록 잠이 오지 않을때가 많아. 마음이 무거워지거든. 엄마란 존재가 되어보니 쓴이의 글이 더 깊게 와닿는 탓이겠지. 그런데 쓴이가 수녀님께 느끼는 그 모순된 감정들이, 어쩌면 많은 이들이 엄마에게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른지 않을지도 몰라. 쓴이가 수녀님들을 떠올릴때 조금은 편한 마음이었음 좋겠어. 수녀님들은 분명 쓴이를 사랑하셨을거야. 그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았기에 내가 감히 장담할 수 있어. 그리고 그 사랑이 혹여나 부담된다하여도 그로 인해 두려움을 느낄 필욘 없어. 그건 수녀님들의 몫이니깐.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쓴이야, 그러니 이젠 마음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고 꼭 행복하길 늘 바랄게. 항상 응원해.

삼성SDS · 그***** 작성자

고맙습니다. 저는 수녀님이 보고 싶으면서도 무서웠어요. 그리고는 이런게 정상인가? 고민하면서 때때로 수녀님들을 원망했습니다. 그렇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한분이 돌아가셨을 때 많이 울었습니다

작성일2020.06.14.

롯데쇼핑 · i*********

쓴이가 이렇게 계속 글을 쓰는덴 수녀님에 대한 그리움이 분명 있을거라 생각했어. 쓴이의 기대와 실제 수녀님의 마음이 같지 않을까봐 두려운거 같은데, 그래도 그리움을 참지 않았으면 좋겠어!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건 너무 슬프잖아. 보고싶고 그리울땐 만나러가. 전화도 드리고. 안와도 된다, 힘들게 뭐하러 오냐, 하시는 부모님도 막상 오면 좋아하셔. 오지말라니까 왜 왔냐 하셔도 그게 곧 보고싶었단 말일거야. 조금은 모질었던 기억들은 잊고, 따뜻했던 기억들을 좀 더 떠올리며 살아가자.

작성일2020.06.14.

현대엔지니어링 · d*******

외로워말고 쓸쓸해말어 너를 길러주신 수녀님들 모두 너를 사랑하셨어

새회사 · 여*********

사랑스러운 너를 왜 사랑하지 않으셨겠어 잘 컸고 고생 많았어 넌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야💕

NCSOFT · n*******

뭐라 말할 수 있고 뭐고 감히 공감 할 수 있을까

입에 바른 말이라고 사랑했다 안했다 말할 수 없을거 같아

하지만 확실한건 친 부모조차 자신의 아이를 미워하고 증오한다는 거라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았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살아 남는다고, 아마 고생 엄청 했겠지..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면 뻔뻔하게 어리광 한번 부리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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