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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 만난 간난이, 그리고 미안함

삼성SDS · 그*****
작성일2019.07.14. 조회수1,692 댓글11

전에도 자주 말했던 것처럼, 나는 미혼모의 자녀로 태어나 고아원에서 자라 평생을, 지금까지 부모를 모르고 살았다. 누구는 이런 나를 보고 가엾다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자라며 나보다 훨씬 불쌍한 사람들을 보며 자랐다. 너무 위의 사람들은 한계까지 내려보아도 나 정도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불쌍하고 슬픈 이들이 있다.

나는 몸이 약해 어렸을 적 자주 병원에 입원했다. 하루는 너무 아파 구토를 하고 곧바로 누웠던 적이 있었다. 몇시간 뒤에 나는 깨어나 침방 수녀님의 꾸중을 들었다. 바닥에 토하고서는 치우지 않았냐는 말씀에 부끄럼에 어쩔줄을 몰랐다. 얼른 치우고는 열기가 흐르는 아지랑이를 보면서 병원에 갔다. 나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 직후 바로 입원한 것을 보면.

내가 입원한 병원은 독일의 독지가가 후원한 고아원 산하의 병원이었다. 소아병동은 4인실이었고 그곳의 병상 중 한 곳은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간난이라고 모두가 불렀다. 머리가 좀 부족해 보이고 항상 웃다가 울던 아이였다. 아이였는데 표정은 벌써 예순을 넘은 할머니가 웃는 그런 표정이었다.

나는 그때 몸이 약해서 자주 소아병동을 들락날락했다. 내 이름을 그곳의 간호사가 지어주었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 입원하는 것은 너무도 기분좋은 일이었다. 간호사들은 밤늦게까지 다니며 내 혈압과 체온을 재어주었고 아침이면 근엄한 의사선생님이 나의 안위를 물어주었다. 그 모든 것이 좋았지만 간난이가 마음에 걸렸다. 내 앞자리에 누운 간난이.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간난이. 그리고 나보다 더 많은 걱정을 받은 간난이.

간난이가 무엇이 아픈지는 모른다. 그러나 간난이는 만날 아.. 으.. 이런 말 밖에 하지 못하면서, 창문 밖을 연신 바라보았다. 솔직히 병신이라고 생각했다. 간난이는 태어나 그렇게 만날 아프다기에 너무 한심했다. 그리고 나는 퇴원했다가, 다시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항상 있던 간난이의 그 병상이 비워진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에 나는 처음으로 어둡고 축축하면서 애닯은 그것을 알게 되었다. 간난이는 고통 속에서 떨다가 마침내 고달픈 육체를 벗고 자유로워진 것이다. 아니다, 간난이는 슬펐을까? 나는 말 한번도 걸지 않아 너무도 미안한것이다. 간난이가 가여우면서 또 부러웠다면 기만일까.

간호사들이 뒤늦게 알려준 사실은, 간난이는 장애아라 부모도 버리고 평생을 병원에서, 12년의 삶을 말도 못하고 살았다고 한다. 나는 그런 간난이가 나보다 더 관심을 받는다고 한때는 질투하였다...

그 간난이가 본 창문 밖을 나는 실컷보았고 지금은 그 세상을 살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간호사들은 간난이를 간난이라고 불렀을까. 내 생모도 버리고 간 내 이름을 지어준 간호사들이 간난이는 간난이라고 불렀다. 마치 갓 낳은 아이처럼, 곧 지나갈 목숨처럼.

#고아원

댓글 11

현대모비스 · ‘*********

나는 운이 좋네. 우연찮게 형냐 글을 또 보다니...
오늘 글도 잘 봤어

LG전자 · h********

글.. 자주 더보고싶다..

KEB하나은행 · l********

쓰니 다른글도 보고싶어

삼성SDS · 그***** 작성자

아마 블라인드에서 '고아'로 검색해서 최신으로 정렬하면 내글을 거의 볼 수 있을 거야.

KEB하나은행 · l********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사랑받고 사랑주면서 지내고 있어?

작성일2019.07.14.

삼성SDS · 그***** 작성자

사랑받고 사랑주는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내게는 간난이와 많은 수녀님과 대모님,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생모와 간호사가 있는데 누가 날 사랑한다하겠어? 그래서 그 중 내가 누구를 사랑해야할지도 모르겠어.

내게 조그만 호의를 담아 위로하고 쓰다듬어주는 사람은 분명히 있어. 그걸 내가 사랑으로 받아들여야할까? 그냥 숨죽여 지내는게 그분들에게도 좋아.

작성일2019.07.14.

스타벅스 · 뽀******

지난 글들 다 읽고 왔어...
잘 견뎌내줘서 고마워..

새회사 · 顺***

다른글 다 보고왔어 이렇게 글쓰면서 쓰니 마음도 위로 받았음 좋겠네 그리고 이 글쓰는 재능 썩히지 말고 꼭 뭐라도 써서 출판해... 넘 아깝다 그냥 읽기에 미안한 글솜씨야

한국가스공사 · w******

진짜 출판했으면 좋겠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 보*********

본문 보다는 중간에 흉이 대댓글로 표현한 짧은 문단이 2019년의 흉의 모습 아닐까 합니다

아직도 읽을 글들은 3년치가 남아 있으니 현재는 어떤 모습일지 차차 알게 되겠지만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우면서도 이해되면서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운것을 보니 저 역시 세상을 회색으로 보는 수준 같네요

그래도 단언하건데 저의 경우에는 검은색이 회색으로 밝아진것을 보면 생각보다 세상은 덜 이상한것 아닐까 합니다

요지는 포기 보다는 후회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단해 지고 다시 시작하는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예단하지는 말기를

덧)간난이는 어떤 생각이었을 까요?
그리고 이리 존재하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을까요?

또 답을 찾아봐야죠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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