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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고아가 애미없냐는 질문에 답하는 말

삼성SDS · 그********
작성일2021.03.21. 조회수2,366 댓글16

나는 수녀원 산하의 미혼모 시설에서 몸을 푼 미혼모의 아이였다. 몇몇 사람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는 태어나서 내 생모의 얼굴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으며, 심지어 단 한번도 그리워 한적도 없었다.

물론 그녀는 출산 직후 나를 보았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것이 무슨 대수였겠는가. 삼십년 가까이 나를 찾은 적 없는 사람은 결코 내가 자신을 찾는 것을 바랄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혈기 넘치는 십대 후반까지 나는 헛된 희망을 품었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선 나는 감히 말한다. 나는 이제는 의연하다고.

중고등학생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팝송들 중 하나가 이런 나의 심정을 잘 알려주었다. Black  eyed peas 의 where is  the love라는 곡인데, 그 곡의 첫부분은 이러하다.

What's wrong with the world, mama?
어머니, 세상이 왜 이러죠?
People livin' like they ain't got no mamas
사람들 모두가 어머니를 잃은 아이처럼 되어 버렸어요

나는 그 가사에 퍽 감명받았다. 어머니라는 존재를 실감할 수 없었을 때는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제 3자의 비극을 감상했고 마침내 실감했을 때는 정말로 그 비극이 아팠다. 그래서 아무도 반론하지 않는것이다. 어머니가 있는 사람이나, 처음부터 없는 사람이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가사였다.

애미없냐? 라는 물음을 내가 직접 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그것을 처음 보았을 때는 찬물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보통 나같은 사람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러니까 공론화된 인터넷상에서 극도로 발언을 꺼린다. 마치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조심한다. 남들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질문이 우리에겐 피를 마르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애미없냐는 질문이나.. 역시 그럼 그렇지. 같은 말들.

많은 사람들은.. 애미없냐는 그 무서운 질문을 호쾌하게 웃어넘기며 반격한다. 그야말로 아주 사소한 것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웃으면서 대응하면 모두가 유쾌해했다. 모두가 웃는 자리에서 홀로 의아해했다. 나만 웃지 못하는 걸까?

때때로 나는 그것이 내 동기들의 헛된 바람을 부채질한 것이 아닌가 한다. 건너건너 한번씩 들리는 그 소식들. 어머니를 찾았다던가, 찾았는데 이미 돌아갔지만 이모를 만났노라는 등의 이야기.

좋은 소식도 있고 나쁜 소식도 있었지만, 그 많은 케이스의 공통점은 다들 아이가 부모를 먼저 더 간절히 찾았다는 점이었다. 어째서 그럴 수밖에 없는지. 나는 울컥하면서도 이를 갈았다. 왜 고아들은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어쩌면 피해자임이 분명하면서도 숙명처럼 어머니를 찾고, 또 세상에 속는지?

그럼에도 나는 내 동기들에게 깊히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욕망이 불쑥 튀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내 생모는 누구인지, 그는 나를 낳은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는지. 나를 기억하는지. 후회하는지?

그러나 그것은 단언컨대 가벼운 호기심이다. 사람이 어떻게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이를 그리워하겠는가. 나는 단 한번도 그 사람을 그리워한적이 없다. 또 그러는 내가 정상이 아님을 안다.

어차피 세상에는 나와 같은 비정상이 널렸다. 그래서 애미없냐는 질문은 하루에도 수백번 수천번씩 올라오고, 심금을 울리는 팝송의 노래가사는 이렇게 노래한다.

What's wrong with the world, mama?
어머니, 세상이 왜 이러죠?
People livin' like they ain't got no mamas
사람들 모두가 어머니를 잃은 아이처럼 되어 버렸어요

....
Father, Father, Father help us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우릴 도우소서
Send some guidance from above
우리를 바르게 이끄소서
'Cause people got me, got me questionin'
사람들이 나로 하여금 계속 묻게 하죠..
Where is the love? (Love)
사랑은 어디 있느냐고

어차피 모든 사람은 언젠가 부모를 잃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빠른지 늦는지의 차이가 아닌가? 나는 지나치게 빠른 사람일뿐이다.

그것이 내가 애미없냐고 묻는 이에게 담담하게 대답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다.

#고아원

댓글 16

아시아나항공 · 쪽*****

오랜만이네 늘 감동을 주는 글 고마워
앞으론 항상 행복하길

서울대학교교직원 · .********

형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고 글도 쓸 줄 알 정도로 참 잘 컸다. 형이 앞으로의 삶 속에서 많은 사랑과 행복을 찾고 받길 진심으로 바랄께.

KT M&S · 박*******

응원해형 형은 가장 축복받을꺼야 ... 내가 진심으로 기도 할께

기술보증기금 · i******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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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회사 · m******

그저 모두 겪을 일을 지나치게 빨리 겪은 사람일뿐이란 말에 공감하면서도, 이렇게 말 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느껴져서 눈물이 났어요.
응원할게요. 고맙습니다.

S-OIL · P*****

맞아 지나치게 빨리 겪었을뿐이야.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라 하잖아, 매력적인 이성앞에선 2시간이 2분처럼 느껴지듯이. 우리의 삶도 앞으로는 행복하고 즐거운일들로 채워서 좋은사람들 많이 만나고 다니자. 이미 갈망과 그리움에 지쳐버린 우리에게 남은 삶들이 금방 지나갈수있도록 부디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기를..

직업군인 · l******

응원합니다.

롯데건설 · i*********

그래 그들은 아직 애미가 있는것뿐~

공무원 · l********

아버지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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