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자녀교육·입시

<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

공무원 · l******
작성일04.25 조회수613 댓글16

요즘은 육아 대세가 조선미 교수님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거...!!
오늘도... 잠들지 못해서ㅠㅠ요즘 동학년 선생님들과 자주 얘기 나누게 되는 내용에 대해 글을 하나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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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립<flipped>을 아시나요?
제가 학교에서 고학년 학생을 맡을 때 꼭 보여주는 영화인데요. 주인공 여자아이 ‘줄리’와 남자아이 ‘브라이스’의 각각의 시선을 번갈아 보여주며 풋풋한 첫사랑을 그려냅니다.
줄리가 브라이스에게 푹 빠져 있을 때 아빠와 줄리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아빠가 이렇게 얘길 합니다.

”항상 전체 풍경을 봐야한단다. 그림은 단지 부분들이 합쳐진 게 아니란다. 소는 그냥 소이고, 초원은 그냥 풀과 꽃이고, 나무들을 가로지르는 태양은 그냥 한줌의 빛이지만 그걸 모두 한 번에 같이 모은다면 마법이 벌어진단다.“

줄리는 처음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매일같이 무화과나무 위에 올라가 저녁 노을이 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아빠의 말을 어렴풋이 이해해 나갑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전체 풍경’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먼저 언급한 것은 훈육과 교육의 목적이 ‘전인적인 발달을 이루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교대생 시절 전인적인 발달이 무엇일까를 고민할 때 ”whole landscape"라는 줄리 아빠의 대사, 줄리가 무화과나무에서 저녁 풍경을 바라보는 씬, 그것들이 제게는 해답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인간의 특질들이 혼합된 상태. 인성과 사회성과 배움의 태도,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같은 영속적인 자질들이 성숙되고 체화된 모습일 거라 생각하고 저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있길 지향해 왔습니다. 제게 부족한 점을 채워줄 남편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인적인 인간으로의 발달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 이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른들은 어떤 형태로든 아이들에 대한 기대를 합니다. 그 기대가 바로 ‘기준’이 되겠지요. 아이들에게 적절한 기준을 제시해 주고, 거기에 따르도록 일관되게 가르치고 요구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신기하게도(대견하게도) 어른들이 끌어 주는 만큼 따라옵니다. 예를 들자면 저희 집 43개월(다섯살) 딸아이는 집에 도착하면 스스로 신발을 벗고 정리하며, 양말을 빨래통에 집어넣고, 손을 씻고 와서 동생이랑 놉니다. 자기가 놀았던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고, 혼자 샤워할 수 있고, 옷입기 벗기 신발신기 다 합니다. 엉덩이에 팔이 안 닿아서 큰일은 뒤처리 해주지만 그 외엔 스스로 다 할 줄 압니다.
아이가 훈련을 받고 습관을 형성하는 게 부모 좋자고 하는 걸까요?(부수적으로 부모님이 편안해지는 효과도 있겠지만) 아이 자신이 효능감이 높아집니다. 생활하는 데 활력이 있고 자신감이 있습니다. 집에서 좀 엄격하게 배우면 밖에선 사회생활을 굉장히 잘하게 됩니다.
훈련의 처음엔 아이는 힘이 듭니다. 다음 단계로 발달해나가기 위해 노력이 많이 듭니다. 특히 사회적 규범을 가르칠 땐 같은 내용을 무수히 가르쳐야 하곤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발달은 “좌절”을 반드시 동반합니다.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인정하고 좌절을 겪고, 무수한 좌절들을 딛고 나면 더 포용적이고 강인하게 서게 됩니다.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하는 능력까지 배우게 됩니다. 아이들이 극복할 수 있는 선에서의 고통은 아이들을 고민하고 노력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발달이 이뤄질 수 있고요. 노력의 과정에서 고통뿐만 아니라 당연히 성취감과 기쁨도 있습니다.

감정을 들어주고 감정 대화를 하기만 한다고 해서 아이가 조절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엄격한 훈련과 가르침 속에서 배우며 감정코칭이 꼭 필요한 순간에 들어갈 때 아이는 더 “전인적으로” 잘 자란다고 생각합니다.
글 제목은 제가 교대생 때 플립 영화와 함께 제 교육관의 근간을 이루게 된 책인데요, 아래 이미지에서 보시다시피 감정코칭만을 강조하는 사회에 일침을 가합니다. 엄격하게 가르치는 것이 아이들을 강인하고 전인적으로 자라게 할 수 있다며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얇고 술술 읽히는 책이니 관심 있으시면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엄하게 교육한다는 것은 폭군이 되어 아이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잘못한 것을 잘못의 정도와 반복 횟수를 고려해서 따끔하게 혼내거나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건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이건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을 각인시키는 과정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엄하게 가르치고 있고, 부모님들께 들어보면 아이들이 말하길 선생님이 무섭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고 표현한답니다. 엄하게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부모나 교육자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 아니니 겁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때론 내 감정을 내비치며 화낼 수도 있습니다. 그 역시도 아이들은 소화해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른 눈치도 보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고민도 하게 하는 것이 ‘기준 제시’입니다. 아이들은 그 기준에 충분히 따라와 줍니다.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닙니다. 그 모든 과정이 전인적인 성장이 되거든요.

저학년 담임을 할 때 학부모님께 듣는 얘기 중 하나가 “우리 아이 마음은 들어보셨어요?”입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는 오랜 시간동안 자기 감정이 너무나 중요해서 친구에게 조금만 공격을 당한다고 생각해도 과하게 반응을 합니다. 자기 감정에 거슬리면 친구가 당연히 할 수 있는 행동이라 해도 “내가 기분나빴으니 사과해라”라며 가스라이팅을 하기도 합니다. 학급 규칙이 있지만 어겼을 때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그런거라고, “억울하다”는 말부터 먼저 나옵니다.
즉,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타인을 배려하며 관계를 맺어나가야 할 타이밍에 자기중심성을 굳게 지키고만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감정읽기가 우선이 되면 안됩니다. 사회화를 먼저 목표로 잡으셔야 합니다. 억울해할 때는 가정에서 “이런 이유로 억울했겠구나. 네 마음은 그럴수 있겠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고 그게 더 중요한 거란다. 노력하다 보면 잘 지킬 수 있을 거야”라고 적당히 마음읽기, 적당히 교육해 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또 한편으론 제가 쓴 이전 글에서와 같이 “너가 싫으면 공부 안해도 돼”를 너무 일찍 가르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글에서 말씀드렸듯 초등 시기의 공부는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마냥 아이 마음만 맞춰주다간 아이가 자기 삶을 책임지기 버거워하는 아이로 성장할 위험이 있습니다.

요즘 학부모님들은 자녀의 신체건강 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발달까지 신경쓰시느라 노고가 정말 많으십니다. 그 어느 시대의 부모님보다 세심하고 아이들과 교육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하며, 방향만 약간 조절하면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에 괜찮아 보입니다.
오늘도 학부모님들을 응원드리며, 저도 학교에서 인연이 된 우리반 아이들이 전인적인 성장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내 아이처럼 가르치겠습니다.

&lt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gt

댓글 16

도로교통공단 · i*********

인기글에 올라서 더 많은 부모와 예비부모들이 읽게 되길 바랍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 i*********

‭잠언 13:24 KLB‬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는 성실하게 자식을 징계한다.

NH농협은행 · q*********

이런 분이 내 아이의 선생님이실 수도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부모들은 내 자식이 밖에서 인간대접 받고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무조건 감싸고 우쭈쭈 내새끼~ 제발 이렇게 키우지 맙시다.

한국3M · .****

좋은글 감사합니다 책도 봐봐야겠네요

올림푸스한국 · ㅣ********

이건 학교나 직장이나 어디든 그런상황. 모두가 이해만 받길원하는 사회가 되버림 남은 이해해주지못함

삼성전자 · 유****

부모-자식간 친구같이 지낼 수 는 있지만,
어느순간에는 훈육할 수 있는 부모의 역할을 다해야함.

근데, 그게 왜? 어려울까?
예전 부모님들은 진짜 생존을 위해서 밤낮 주말없이
일했다고 하면, 지금 부모들은 본인 취미생활 과 자유시간이
자식보다 우선순위임.

그래서 예전에는 부모의 등만 보고서도 충분히 인생의
힘들을 느끼고 뭔가 내가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지만,

요즘 아이들은 아빠 엄마는 맨날 골프치러 해외가고
꽃놀이 보러 다니는데 왜? 나만 학원에서 공부만 해야 될까?
이러면서 정서적으로 불안해짐.

부모-자식간 정말 친구 같은 부모이면서 자식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으면 모범을 보이는 행동도 같이 해야함.

SK키파운드리 · M*****

다그렇지않음
아직도 밤낮없이 일하는 부모들도 많고 맞벌이 못놓는집도 많음

경찰청 · l*********

형 정독해서 읽었어... 좋은 글 고마워ㅎㅎ

한국후지쯔 · 배*****

친구같은 부모 되려다 만만한 부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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