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결혼생활

딩크에 대한 고찰

에스코어 · B*****
작성일2023.07.20. 조회수4,900 댓글114

요새 블라인드를 돌아보면 최소 1회는 심심치 않게 결혼생활, 특히 자녀 양육에 대한 애로사항을 꼭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빈도로 꼭 한 번씩 보게 되는 것이 딩크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다.
우선 본인은 자녀계획이 없기에 결혼을 딱히 원하지는 않지만, 상대를 위해 일단 결혼과 딩크를 지향하려는 남자임을 확실히 한다. 자녀계획이 없음에도 결혼을 하려는 것은, 사랑하는 여자를 미래에 불안하지 않게 하기 위함임 또한 분명히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위에서도 잠깐 얘기했으며 블라인드와 현실 세상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딩크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와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는 입장의 글이나 댓글들을 보면 아무래도 여자보다는 남자의 비율이 더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냥 추천만 하면 다행이지, 그런 딩크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 중 태반은 딩크를 지향하는 상대를 이기적이라거나 진정한 행복을 모르는 자들이라는 식으로 폄하하기 일쑤다. 나는 그런 내용들을 볼 때마다 동성으로서 이해나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왜일까. 나는 애를 키울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걱정되는 일 투성이인데 말이다.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를 임신하는 순간부터 아내는 입덧을 비롯한 온갖 고역에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이를 버텨내고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게 되면 아내는 아무래도 완전히 무사하지는 못하고 예전에 비해 몸 망가지는 것 또한 예삿일이며, 아이가 태어나고 초반 1~2년 간은 정상적으로 50% 씩 평등하게 서로 도와가며 양육을 하는 부모의 경우 둘 다 제 정신을 붙잡고 살기 어려울 정도로 아이는 시시때때로 울어대고 온갖 불명확한 니즈를 발생시킬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알아서 해석해서 경제/체력/정신적으로 어떻게든 버텨내며 아이를 올바르게, 잘 길러내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초등학교 입학할 시점까지 잘 키워냈다고 치겠다. 때마침 오늘 안타깝게도 서이초 사건까지 터져버렸고, 주위 아이들의 인성은 서로 사는 가정을 비교하며 빌거, 휴거 등 온갖 혐오 표현을 빠르게 습득하면서 점점 더 나락을 가고 있다. 대부분은 인정하겠지만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학창시절은 정글이다. 약육강식은 이들 사이에서도 적용된다. 교권은 나락을 가버렸고, 이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더욱 척박한 약육강식의 사회로 내몰리며 심지어 이 환경 속에서 자기 방어는 물론 학업성적까지 우수하여야 한다. 이처럼 학교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이 비뚤어질 요인들은 차고 넘쳤다.
그래도 여기까지도 잘 버텨내어 아이를 무사히 대학교까지 입학시켰다고 가정하겠다. 그 다음은 대학 등록금, 그 뒤에는 또 아이들 결혼 뒷바라지까지 해주어야 한다.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당장 우리 세대조차 결혼할 때 부모님의 등골을 부숴가며 성사시키는 것이 당장 지금의 세태인 것을.

그들은 보통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딩크는 이기적이다. 왜 그들은 사람에게 주어진 기본권과 선택의 자유를 무시하고 그들의 의견을 남에게 강요하는가.
딩크로 살면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큰 행복을 누릴 수 없다. 왜 그들은 자녀 양육으로 고통 받는 위의 사례들을 외면하는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노년에 더 외로울 것이다. 왜 그들은 노년에 아이들로부터 돌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연스레 생각하는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당장 우리 마저 나이 먹을만큼 먹어놓고서도 부모 등골 부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거늘. 나중에 효도라는 명목 하에 자식들로부터 자신들의 헌신을 상환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식이 있다 없어지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외로워질 뿐이다. 사람에게 역체감이 더 크게 와닿는다고 하지 않는가.
달의 밝은 면만 보듯이 나쁜 면은 생각조차 않고 좋은 면만 보는 그들의 모습은 내게 하여금 마치 뒤가 없는 도박중독자마저 연상케 한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이 고통을 나만 느낄 수 없다는 억하심정으로 너도 죽어봐라 하고 달려드는 좀비 떼들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묻는다. 그들은, 비교적 남자들은 조금 더, 왜 아이들을 낳는 것을 강요...까지는 아니고, 강권하는가. 그들은 경제/체력/정신적으로 아이들을 올바르고 풍족하게 키워낼 자신감에 가득차 있는 것인가. 아무리 요새 남녀평등을 위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가사나 아이들 양육은 엄마의 몫이 더 크다고 자연스레 생각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자기 한 몸 신세졌으면 됐지, 거기서 자신의 아이까지 부모님께 또다시 신세를 지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것인가.

본인은 독서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나, 어린 학창시절에 봤던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의 한 주제는 기억력도 그다지 좋지 않은 내 뇌리 속에 아직도 강하게 박혀 있다. 낙태 수술과 범죄율 감소의 상관관계라는 것이 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특정 지역에 낙태 수술을 합법화시키고 몇십년 뒤에 그 지역의 범죄율이 눈에 띄게 감소하였으며, 이는 낙태의 수요자가 보통 경제적으로 가난한 가정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자라게 될 아이들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비교적 더 높기 때문에 이를 싹부터 잘라버리는 의도치 않은 효과가 나왔다는 내용이다. 이는 그 당시 내게 꽤나 큰 충격을 주었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정말 뼈를 깎아내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위의 괴짜경제학 얘기를 꺼낸 이유는, 본인은 블라 기준이 아닌, 실제 세상을 기준으로는 그다지 부족하지는 않은 벌이로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성장 가정 환경 또한 가난하고 척박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헌신적인 사랑으로 키워주시는 부모님들을 보며 나는 삐뚤어지기보다 감사함을 느꼈고, 이 악물고 버티고 성장하면서 기어이 나는 최소한 사회생활이 가능할 정도까지는 올바르고 강하고, 적어도 평균치보다는 훌륭하게 자랐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런 부모님들을 세상에서 가장 리스펙하지만, 반대로 나는 그들의 힘든 생애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자라왔기에 오히려 그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부모님께 받은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가짐으로 감사히 효도하며, 내 여자친구, 장차 아내가 될 수도 있는 그녀에게 최선을 다하며 내 인생에 집중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나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좋지 않은 성장 환경을 가진 사람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삐뚤어질 가능성은 더 많을 것이다. 또한 좋은 성장 환경을 가졌더라도 오냐오냐 키우는 최근 양육 방식을 포함한 온갖 변수들에 의해 삐뚤어질 가능성 또한 충분히 많다. 나는 아이를 올바르고, 강하고, 훌륭하게 키운다는 것이 정말,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고행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훌륭한 부모님들은 존경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 고행을 자녀를 향한 사랑 하나만으로 피 흘리며 꿋꿋하게 걸어온 산 증인이기에.

블라인드는 항상 여러가지 훈훈한 글들과 불편한 글들을 동시에 접하게 된다. 특히 딩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글들이 비교적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처럼 사람에게는 사람 숫자만큼 갖가지 사연과 상황들이 세팅되어 있고, 그만큼 그들의 생각이 수만가지 뿌리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안 그래도 온갖 혐오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이다. 이렇게 서로 인정하기 시작하면 이 블라인드, 또는 그 범위를 넘어서 이 세상도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다들 매일매일 힘든 나날이겠지만, 그만큼 행복한 날들도 가득하길 바라며 파이팅하길 바란다.

댓글 114

공무원 · l*********

나는 딩크는 아니지만
딩크 입장이 너무 잘 이해돼
어떤 이유인지도 잘 알고
그 내용을 차근차근 잘 풀어서
적어줬어
여전히 듣지 않고 나와 다르다고
비난하고 강제 전도(?)하려는 사람
많을걸로 예상해

삼성전자 · i********

아니 어쩌라구.. 그냥 조용히 딩크하면 안돼?
딩크한테 바라는 거 딱 하나임 그냥 조용히 니네끼리 딩크하던지말던지 알아서 해

공무원 · 1****

??오늘 가입햇나봐
딩크가 자꾸 공격당하는거깉은데

작성일2023.07.22.

서울특별시교육청 · a********

나는 글쓴이와 글쓴이의 와이프가 정말 잘 살 것 같다. 자기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고 수용하려고도 하니까.
그리고 딩크 하려는 사람들 중에 기질적인 차이도 있는 사람이 있다고 봄. 내가 그러니까.
나는 사는 게 그닥 행복하지 않았어. 살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꽤 괜찮은 평가도 받아온 것 같지만 사는 게 한번도 그저 단순했던 적이 없음.
날씨가 좋아 즐겁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 행복하고 새 옷 사면 으쓱하고 그런 기질이 못됨.
항상 두렵고 예민하고 불안하고 주변인들이 부럽거나 무섭고 이런 두려운 세상에 나는 왜 태어났을까 부모를 원망하고 살아옴.
우리 부모는 나에게 꽤 괜찮은 두뇌와 다채로운 재능과 과제 집착력과 불굴의 투지를 주었음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공기 속에 투명해져서 혹은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리고 싶다.
사람이 멘탈 면에서 굉장히 다양하다는 걸 성장하면서 알게 되고는 충격이 컸어. 다른 사람들은 사는 게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구나 맛있는 밥 한 끼에도 하루종일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그런 내가 아이에게 갖는 생각은 두 가지야. 나와 같은 성정의 아이가 나오면 세상의 많은 아름다움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살겠구나 그리고 그 모든 고통을 결국 이겨내고 무언가 이룰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 한편으로는 그 아이가 살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워할까 예민해서 주변인들과 어울리지 못해 주눅들까 등의 슬픔. 뭐 지금은 강제로 아이를 못 낳게 되었지만.
여기의 딩크와 딩크 아닌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너무나 다르다는 거야. 우리는 서로를 결코 이해할 수 없어. 그러나 서로가 너무 다르다는 것쯤은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지. 그들 나름대로의 이기심이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의 배려나 생존일 수도 있다고. 윗댓의 말처럼 겁쟁이라고 하면 할말 없고 맞는 말이기도 해.
그리고 난임이나 불임처럼 아이를 못 낳는 사람도 있어 남자건 여자건... 공개적으로 말을 안할 뿐이지. 싫기도 하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이기적이라는 말이 좀 가슴아프게 들릴 사람도 있을 것 같아서 써본다.

삼성디스플레이 · 수****

아씨 개 기네ㅋ
딩크해 누가 뭐라그럼?
난 애를 안낳을꺼면 굳이 결혼을 왜해냐 동거랑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 이지
무조건 애를 낳아는 아님

변호사 · l********

요약하면, 딩크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삶을 꾸려나간다는 건데 그건 장기적으로 봐서 생산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봐. 사회 운운이 아니라 개인에 한정해서라도.
무주택자 vs 유주택자랑 똑같다고 봄. 바젤이니 인구론이니 하우스푸어니 논란 많았지만 지난 30년간은 항상 유주택자 승이었잖아? 아무것도 안 사면 아무일도 안 일어나고 뭔가를 해야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라도 있는데 아무것도 안하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반드시 패해서 그래.
인생도 마찬가지로 다가올 노화는 피할 수 없고리스크테이킹을 해야 뭔가가 생겨. 진취적인게, 꺾이지 않는게 중요함

의사 · 의****

딩크는 소득이 낮은 사람은 개꿀 소득이 높은 사람은 기생충을 하나 키우는거지 막말로 누구 하나 그만둬서 싱크 되면 ??

삼성전자 · J*****

딩크든 싱글이든 세금을 지금 보다 3배 이상 강력하게 물리고
사회적으로 이기적이고 나약한 사람들이란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함

딩크나 비혼은
결국 인간이 스스로 도태되는 방법일뿐
그 어떤 말로도 미화될수 없음

LG에너지솔루션 · 다*****

적정수준은 지금의 4배라 봄

작성일2023.07.22.

경찰청 · i********

4배 인정

청년이다 싱글이다 기껏 배려해줘봤자 되도 않는 것들도 해외여행이니 명품이니 꼴깝 떨더라

한국조폐공사 · i********

아기 낳는 사람들이 좋은 면만 보는 사람 같다고 했는데 딩크 대부분은 어두운 면만 보는 것 같음
당연히 모든 사람이 관점이 다르므로 옳다그르다 할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부정적일거면 애기 안낳는게 나아보이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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