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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말이 맞는듯(삼성 분식회계 관련)

작성일2018.11.18. 조회수3,632 댓글16

<회계산업의 '세월호 사건'이라는 표현>

고려대 이한상 경영학과 교수

부제: 삼성바이오로직스, 옛날엔 왜 아무 문제 없다고 하더니 정권 바뀌고 지금은 틀렸다라고 하느냐고 분통 내시는 분들을 위한 해설.

0. 엊그제 증선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 판정이 나와 감리위원으로서의 소회를 밝히며 의견서 맨 마지막장, 안건의 구체적 내용이 하나도 적히지 않은 개인적 느낌을 적은 페이지를 공유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증권선물위원회는 단순히 나처럼 회계만 1차원으로 생각하는 곳이 아니다. 자본시장, 투자자보호, 한국경제까지 고민해 10차원 방정식을 푸는 곳이다. 이곳에서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라는 결정이 내려졌다면, 정말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결정이다. 나는 증선위의 결정을 100프로 지지한다.

1. 내 포스팅을 보고 많은 분들이 괜찮겠냐고 걱정을 해 주셨고, 또 한편 바른말 했다고 격려 해 주신 분들도 많았다. 그런데, 해당 페이스북 포스팅이 기사화 되자 많은 댓글들이 달렸고, 그중 또 적지 않은 분들은 그 의견서의 [회계산업의 세월호사건]이라는 표현을 콕 찝어 '정치적 음모의 냄새가 난다'라거나 '어쩐지 저 교수도 문정권과 한패거리인 반기업 주의자 아니겠냐' 혹은 '세월호 지겹다, 여기서도 우려먹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2. 살짝 당황했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서 세월호 사건이라는 것은 '사고를 방지해야 할 모든 브레이크들이 작동을 하지 않아 터진 대형사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회사야 그렇다 쳐도, 해당 감사인과 관련된 조력자 회계법인들은 수십번 브레이크를 걸 대목마다 왜 한번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느냐는 의미이다.

3.1. 어떤 사람들은 자꾸 왜 그때는 맞았는데 지금은 틀리냐고 정권 바뀌니 이러는거 아니냐고 그런다. 이건 약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언론플레이의 영향때문인데 좀 정확히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보통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꾸며 원가를 공정가치로 튀겨 순자산과 이익을 수조씩 증가시키는 간 큰 행위를 검토할 때 회사는 거의 대부분 아니 반드시 금융감독원에 비조치의견서(No action letter)를 구한다... 즉, 우리 이렇게 해도 처벌하지 않을거죠?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삼바는 당연히 했어야 할 이런 조치를 취한 바가 없다. 왜 안했냐고 물어보면 시간이 없어서라는 황당한 대답을 하는데, 내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해 봐서 아는데 뻥 좀 치지 마라. 그리고 보통 이렇게 큰 회계변경을 하려면 감사인은 내부의 심리실을 통해서 반드시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받는다. 그런데 확인 받은거 회의하고 뭐 기록 남겨놨냐 하니까 전화로 구두로 회의 했다고 한다. 장난 치냐?

3.2. 그리고 상장전 한국거래소는 모든 상장예정기업의 리스트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보내고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그 중 약 60%를 내부기준과 랜덤 초이스 방식으로 뽑아 서면감리를 한다. 서면감리? 영어로 Review에 해당하는 것이고, 지금 금융감독원이 끝낸 혐의감리 영어로 Inspection과 매우 다른, 통상의 절차이다. 내가 해당 감리를 하신 분을 인터뷰한 바 있는데, 보통의 심사절차를 준수하셨다. 아시다시피 해외에는 상장전 기업을 감독기관(혹은 그 업무를 수탁받은 기관) 에서 감리하는 절차가 없다. 왜냐하면 상장예정기업의 회계 투명성은 주관사에 확인서(comfort letter)를 써주는 감사인이 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리하고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지금 왜 또 감리를 해서 문제라고 하냐는 거는 시스템에 대한 무지의 발언일 뿐이다. 당신들이 얘기하는 대로 하자면 상장회사에는 티끌만한 회계 오류도 없어야 한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3.3. 어떤이들은 2017년 1월에 금융감독원이 (한국회계기준원과 연석회의를 통해) 회신한 결과는 문제 없지 않았느냐, 왜 지금은 금융감독원이 입장을 바꾸었냐고 우긴다. 감리가 아니라 질의에 대한 회신을 한 것 뿐이고, 그것도 삼성바이로로직스는 자신들이 감사인과 같이 벌인 코메디 같은 디테일은 다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물어보고 들으나 마나 한 결과를 들었을 뿐이다. 이게 왜 이번 감리결과가 틀렸다 혹은 왜 다르냐의 근거가 되나?

3.4. 모든 회계법인들이 우리가 맞다고 하는데 전문가의 판단을 왜 안 믿어주냐, 즉 해당 회계처리는 모든 회계법인이 추인해 준 결과라고 삼성은 주장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삼일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감사인일 뿐이며, 삼정회계법인은 조치의 당사자일 뿐이다.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10월 23일 제시한 자신들의 평가보고서가 문제의 지분법 평가 기초가액이 된 재무제표를 지정감사 했고, 한영회계법인은 2015년의 안진딜로이트 추정치를 사용가치로 지지해 준 보고서를 냈다. 결국 BDO나 GT등 5, 6대 회계법인을 제외한 소위 Big4 회계법인 모두 물리고 물리는 관계로 서로를 지지해 주어야 되는 구조인데, 단지 4대 회계법인이 다 관련되었다고 해서 그게 연결-관계회사 전환에 대해 회계판단을 추인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견강부회일 뿐이다.

3.5. 저명한 회계학자님들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맞다고 하는데 니들이 뭘 안다고 난리냐? 아니 누군 전문가 의견서 안써 봤나? 나도 회계법인 또는 법무법인을 통해 회계문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서를 써 본 경험이 많다. 물론 법정에서의 전문가 증언의 경우 사후 의견서이지만, 일부 주요한 회계처리의 변경과 관련한 금융권 의견서의 경우 회계처리 검토를 위해 "사전에" 작성한 것이었다. 삼성바이오가 지들 회계처리가 정당한 이유가 전문가의 의견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데 혹세무민 좀 하지 마시라. 만약 회사와 회계법인이 전문가들도 자신들의 견해를 지지해 회계처리를 변경했다고 주장하려면, 사전 의견서를 구했어야 한다. 이 건과 관련해 제출된 5개의 전문가 의견서는 본건 회계처리가 문제가 된 후 작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김앤장의 주도로 작성된 것이다. 작성자 모두 나랑 엄청 친하신 분들이다. 송구한 말씀이지만, 사실 의견서는 회사가 준 자료를 바탕으로 쓰는 것이다. 나도 감리 시작하기 전에 의견서 몇개를 읽어보고 '뭐 삼성바이오로직스 별로 문제 없네' 했었다. 그런데 감리위원회 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증거와 대질심문 등을 통해 삼바와 삼정회계법인이 얼마나 코메디 같은 짓을 했는지 알게되어 의견이 무혐의에서 고의로 바뀌었을 뿐이다. 저 다섯개의 의견서는 정말 진짜 잘 쓴 훌륭한 의견서들이다... 이분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삼성이 보여주고 싶은 자료만 보여줘 결론을 유도했다는 거다. 아마 저분들도 내가 본 자료 보면 다 의견 바꾸실 거다. 이정도 하자.

3.6.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정회계법인은 소송에 가면 이긴다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IFRS Interpretations Committee) 가면 이긴다고 방방 뜨는 모양인데, 웃기지 말라고 해라. 법원이 혹 바보들만 모아 놓은 곳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가 삼정회계법인 심리실 사람들로만 구성되 있으면 가능하겠다. 그러나 그 어떤 higher order court에서도 당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 그 어떤 동정의 여지도 없다. 그러니 제발 모르는 사람들 여론 호도해 가면서 언론플레이 하지 마라.

4. 회계문제는 회계문제다. 캐쉬플로우 문제가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멀쩡한 회사다. 앞으로 시련을 이기면 잘 해 나갈 수 있는 회사다. 그렇다면, 잘 못한 회계에 대해서는 일단 우리가 뭘 잘 못했는지 점검하고 혹 반성할 점은 없는지 찾아 봐야 위대한 회사가 되는 것이다. 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우량기업, 존경 받는 기업이 되기를 바라지 지금처럼 진실에 맞서 여론을 호도하는 찌질한 회사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5. 다시 회계산업의 세월호 사건이라는 표현으로 돌아가 보자. 위에서 본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정회계법인은 한번 더 생각해 볼 모든 지점에서 브레이크를 밟기는 커녕 엑셀을 밟고 진실과 반대로 역주행했다. 그래서 세월호 사건이라고 생각 한거다. 내가 세월호 사건을 무턱대고 감상적으로 생각하는 줄 아시는가? 아래 무려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사내유보금 기고에서 내가 왜 "다이빙벨" 같은 표현을 썼겠나?

"사내유보금 괴담은 재벌과 대기업만 없애면 모든 경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편집증 환자들과 이들을 이용하려는 정치세력이 만들어 낸 혹세무민용 ‘다이빙벨’일 뿐이다."

이제 좀 아시겠는가? 그렇다, 나는 좌도 우도 남도 북도 아니고 중도일 뿐이고, 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게 도둑놈하고 거짓말장이이며, 진실을 편하게 말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행정사무관 하다 말고 교수로 전업한 그냥 자유주의적 학자일뿐이다. 그러니 세월호 표현 가지고 시비 걸지 말라.

6.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한민국경제가 잘 되려면 자본시장이 잘 작동해야 하고, 자본시장이 잘 되려면 그 근간인 계약, 그리고 그 근원정보인 회계가 바르고 정확해야 한다. 인간은 좋은 소식은 성급하게 알리고 나쁜 소식은 감추려고 하는 본성이 있는데, 하물며 감정이 없는 법인 조직은 더욱 그러하다. 회계는 정 반대로 좋은 소식은 확실해질때까지 기다리고 나쁜 소식은 즉시 인식하라고 명령해 인간 본성의 허물을 교정하는 장치이다.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서며, 올바른 결정은 바른 회계정보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나 저나 올해는 사내유보금 헛소리 하는 사람이 좀 적어졌다. 1%는 내 덕이라고 생각한다.

고려대 이한상 교수

댓글 16

위메프 · 허***

상폐되는게 맞지만 삼바를 상폐를 시킬 수 있을까?

삼성디스플레이 · 좋*****

다 맞는거같은데 세월호사건 비유만 빼자ㅠㅠ

대구경북과학기술원교직원 · i******* 작성자

여전히 세월호는 금기어인가??
"회계의 서해 페리오호" 사건인가?

삼성디스플레이 · 좋*****

아니 그냥 삼성부정회계 정도로...

LG디스플레이 · j********

금기어라기 보단.. 너무 가슴 아픈 거지.. 아이들이 죽어가는 과정을 티비 중계로 본거야 우리가..::

LG디스플레이 · a*****

삼바에 이런 내용이 있는지 몰랐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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