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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의 연애와 성교육

삼성SDS · 그*****
작성일2019.11.16. 조회수6,998 댓글26

나는 미혼모의 자녀로 19년을 고아원에서 자랐고 그리고 내 고아원 동기들은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사는 녀석들이었다.

누구는 내가 이렇게 글을 쓰면, 니 동기들의 삶을 네가 어찌 재단하느냐고 펄쩍 날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내가 내 동기로부터 직접 들은 말이었다. 성년이 될 때까지 결코 누구도 사랑할 일이 없었던 나와 다르게, 내 친구들과 동기들은 누군가를 피 뜨겁게 사랑하고 원했다. 그 결과는 결코 아름답지 못했음에도 아직도 그게 좋았노라고 말하는 녀석들이 나는 아직까지 한심했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 내 동기 누구가 내게 자위가 뭐냐고 물어보았다. 혹자는 왜 그런걸 내게 물어보는지 어이가 없었겠지만, 나는 동기들 사이에서 소위 척척박사였기 때문에 아마도 그 질문이 내게 온 것이었다. 나는 두가지 이유로 당황했는데, 첫째, 동기의 질문이 모종의 성적인 질문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둘째로 나는 자위가 뭔지 진짜로 몰랐기 때문이었다.

내가 읽었던 많은 생물학 교재와, 심지어 고등학교 도서관 어디를 통틀어 자위라는 것을 설명해준 서적은 없었다. 나는 타고난 리서쳐였고 그렇기에 그 용어가 튀어나온 원인을 파악하여 의미와 활용처를 파악하고자 했다. 그 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뒤로 넘어졌다.

'몰래 만든 휴대폰 채팅에서 누가 자위해본적 없냐고 물어봤다'

그게 녀석의 변명이었다. 나는 입이 벌어졌고 그 즉시 수녀님께 누구를 특정하지 않은 고발을 했다. 우리들 중 누구가가 외부로부터 성적인 질문을 받았다는 것은 아주 큰 위협이었다. 수녀님은 내게 이 위협을 방지했다는 큰 치하를 하였고 몇 주뒤에 성교육이 예정되었다. 수녀님이 진행하는 성교육이었다.

그 성교육은 아주 별게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들이 몇년 전부터 봤었던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영상은 의사 몇명이 나와서 본인들의 죄책감을 토로하고, 태아가 꿈틀꿈틀하다가 집게로 끌려나가는.. 낙태 반대 비디오였다.

그 뒤에 뭔가 새로운 동영상은 보았는데, 무슨 박사의 무슨 자연피임법이었다. 손가락으로 뭔 액체의 상태를 보여주면서 뭔가 피임하는 거라고 무슨 박사가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하품을 하다가 뒤를 돌아보니 애들 전부가 졸음으로 초토화가 되어있었다.

그 모든 동영상보다 마지막 수녀님의 훈화가 더 재미있었다. 다른 수녀님들보다 훨씬 젊은 카타리나 수녀님은, 남자가 얼마나 위험한 생물인지 우리에게 일장연설을 하였다. 수녀님이 말하는 남자는 소위 에덴동산의 뱀이었다. 성관계를 하고 싶어서 갖은 거짓말을 하는데, 그 꾀임에 넘어가 잠자리를 하면 금새 흥미가 식어 너희를 버릴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 괴물은 어찌나 촉이 좋은지, 생리 중에 다가가면 피냄새를 금방 알아채는 짐승이라는 것이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괴물에 누구는 부르르 떨었고, 누구는 실실 웃었으며 나는 어이가 없어서 긴 한숨을 토했다.

그 후 몇년동안, 고아원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수녀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녀 청소년들의 호감은 흡사 부싯돌과 같아서, 부딪히고 열내고 빛을 내며... 벌칙을 받는 것을 반복하였다.

나는 철저히 수녀님들의 편이었다. 내가 주로 하는 역할은, 부적절한 행위를 하다가 잡혀온 남녀 고아를 성토하는 자리에서 '올바른 가톨릭 신자의 표본'으로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는 단 한번도 이성과의 접촉을 스스로 하지 않았고, 공부에 열중했기 때문에 수녀님들의 총애가 대단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 또한 내가 믿는 친구의 소위 '음란한 행위' 성토자리에서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친구는 어느 으슥한 자리에서 이성과 같이 앉아 있었는데, 뭔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그 건물 옥상에서 채소를 말리던 침방 수녀님이 그들을 발견했던 것이다.

수녀님은 그들이 으슥한 자리에서 입맞춤을 하며 음란한 행위를 했다고 재판장의 검사처럼 고발하였고.. 내 친구와 동기는 전혀 그런적이 없다고 펄쩍 뛰다가 손은 잡았다라는 말실수를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겠지만 손잡고 입맞춤을 했다는 것은 그때의 고아원 내부에서는 죽을 죄였다.

왜 그게 죽을 죄였는가? 나는 그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내 동기들은 다 같아서, 우르르 원장실로 억울함을 호소하러 갔다. 나만은 일종의 배신자로 남아 시설 한구석에 찌끄러져 있었다. 내 곁에는 성교육을 했었던 카타리나 수녀님이 가만히 있다가, 수도복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는 그 때 수녀님이 담배피는 것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다.

수녀님은 내게 모성원에 대해 물었다. 모성원은 우리 복지시설 내부의 미혼모 시설로, 나도 거기도 태어났다. 모를리가 없었다. 그러나 수녀님이 하는 다음 말은 나도 처음 아는 말이었다. 모성원 입소 인원 중 상당수는 고아원 출신인 걸 아느냐고.

미혼모의 대다수는 불행하게 자라서 그들의 아이들조차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연애의 뒤는 그렇게 구질구질하다는 것을 그 때도 체감 못했는데.. 더 자라서야 그 구린내를 실감했다는게 나의 다행이었고 내 동기의 불행이었다.

그래서, 고아원 내부의 그 혹독한 규칙과 체벌이 올바른 것일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세계 4대 성인이라는 공자가 말하던 이립을 넘었는데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모르지, 세례자 요한도 예수도, 마흔되기 전에 죽었으니 가톨릭 신자로서는 평생 죽었다 깨도 모를 수 밖에. 어쩌면 이 문제는 살로메가 더 잘 알 수도 있겠다. 죽어서 지옥에서 보게된다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고아원

댓글 26

공무원 · i*********

아니 글을써야지 회사를 다녀?? 글 잘쓴다 ㅎ 작가 추천

경찰청 · V********

글쓴이 지금은 연애 정상적으로 하는거지??

삼성SDS · 그***** 작성자

어땠을 거 같아? 나도 솔직히 그게 궁금해..

공무원 · 도*****

형 글 잘쓴다 책내자

호텔신라 · 신***

쓴이님이 어떤 마음으로 지내왔을지는 감히 상상도 안되지만.. 행복했음 좋겠네요

코리아세븐 · 샹***

수필집 하나 냅시다

유라코퍼레이션 · l********

사랑으로 사랑이 가득하길

카카오페이 · c*******

형 회사 왜다녀
빨리 책 써..고아들의 등불이 되어주라구…

새회사 · l********

책 꼭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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