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엔가 어머니가 계신 고향집에
들고양이의 앙칼진 울음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왔답니다.
어머니가 나가보니 갓 태어난 새끼를 두 마리 버려둔채 어미가 도망을 간 거였죠.
꺼져가는 생명을 차마 외면하지 못해 새끼냥이를 거두셨습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기에 지인들에게 물어물어 돌보셨다고 해요.
눈도 못뜨던 새끼냥이들은 그렇게 우리 식구가 되었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새끼냥이들은 성묘가 되었습니다. 숫놈하나와 암놈하나.
숫놈은 아들새끼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세상사 진리처럼 성묘가 되어 집을 떠났습니다.
가끔 찾아와 애교를 부리고 밥을 얻어먹고 간다고 해요.
암놈은 자유롭게 들판을 뛰어다니더니 어느샌가 배가 불러왔다고 합니다.
임신을 한 거예요. (아직도 아빠냥이가 누구인지는 미스터리입니다)
만삭인 몸을 무겁게 이끌고 지난시절보다 훨씬 더 애교스럽게 어머니에게 엉겨붙었답니다.
자기를 지켜줄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러다가 차에 치여버렸어요. 다리를 다쳤는데 그 충격으로 조산을 했네요.
어머니는 밤낮을 잊으시고 고양이를 간호했고 고양이는 다행히 5마리의 꼬물이들을 낳았어요.
어미의 사랑을 받지 못한 어미냥이가 새끼냥이를 어떻게 돌볼지 걱정했지만
어미냥이는 다리가 아픈데도 열심히 젖을 먹이고 그루밍을 했고
어머니는 그런 어미냥이에게 온갖 영양식을 먹이며 사람과 동물이 합심하여 새끼를 돌봤습니다
결과는 5마리 모두 이상 없이 쑥쑥 크고 있지요.
이제 눈도 떴고 걸음도 아장아장 걷습니다. 사람도 알아보는듯하고 발톱도 세웁니다.
하악질도 가끔씩 한대요.

제 어머니는 “키워냄”을 굉장히 잘 하십니다.
형제를 193cm, 178cm 건장한 청년으로 키우시는가하면
화초를 심으면 꽃이 만발한 화단을 만들어내시고
나무를 심으면 사과, 배, 으름, 머루, 다래가 풍성하게 열리고
채소를 심으면 시장 물가를 모를정도로 수확을 하시며
관상어를 키우면 어린 치어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관상용 새우를 키우면 새우탕을 진하게 끓여도 될 정도로 잘 키워내셨더랬어요.

그런 제 어머니가 이제는 키우는게 힘드신 탓인지 아프십니다.
자식을 키우고 고양이를 키우고 식물을 키우고 물고기를 키우더니
정작 당신 안에 있던 혹마저 키우고 계셨네요.
어머니가 부디 건강하게 회복하시어
고양이 부자가 되고 화단에 꽃이 만발하게 키워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랑 반, 걱정 반으로 글 올려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꼬물이들과 어미냥이!

큰누나 냥이

아직 분홍빛이예여 코도, 발바닥도

엄마찾는 새끼냥들

고양이과 종특 뒷덜미 잡으면 꼼짝못한다는건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