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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울릉도 공군 부대를 회상하며. #마음꺾임

삼성바이오로직스 · 나*******
작성일2020.04.14. 조회수3,269 댓글64

갑자기 마음이 허해져 공군에 근무했을때 글을 찾다.
울릉도에서 근무했던 지인이 쓴 글이 생각나 올려봅니다.
치열하게 살았던 그때는 전역이라는 목표만 보고 살았는데.
오히려 지금이 자유와 책임이라는 망망대해에 던져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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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관 바로 앞에 독서실이 있었다.
그냥 자다가 일어나 생활관에서 5초걸으면 독서실이다.
도서관처럼 만들어 놓고 안에 따로 작은 방 하나 더 만들어서 아담하게 10명정도 쓸 수 있는 칸막이 독서실이 있었다
실제로 쓰는 사람은 2명정도여서 아늑했다 잠도 잘오고 다만 독서실 바로 옆이 사지방이라 저녁에는 좀 시끄러울때가 있어서 그때는 귀마개 끼고 했다 
답답하면 이번에 새로 들어온 진중문고에서 책도 좀 읽었다. 
나는 언제나 독서실 가기전에 정수기에서 뜨거운물을 살짝 받아서 공부할때 마셨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번씩 누군가가 타온 커피냄새가 독서실에 진하게 퍼졌다. 

헌병이라서 하번하고난 다음에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건 어려웠다 피곤해서,, 한번 자고 일어난 다음에 해야했다. 
보통 근무중에도 많이 했는데 그때는 둘이서 근무하다 보니 걔하고 좀 놀때도 있고 집중력을 온전히 유지하기 어렵다
근무중에는 수학이나 과탐 ebs영어 정도만 했었고
그 외에 비문학 이런 거는 사실 독서실에서 하는 편이 맞았다.

물론 기타조 새벽은 공부하기 워낙 좋아서 이때 풀로 땡겨야 한다.
밤 늦게 상번해서 거의 아침까지 책상에 앉아있으면 아무리 상번하기 전에 잠을 좀 자둬도 아침되면 피곤하다.
하루 평균 14시간정도 공부한 거 같은데 못할 짓이었다.
괜히 스트레스만 더 받고 수면장애 걸렸다.

인생에 대한 열등감때문에 오래 공부했지만 실속은 적은 느낌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냥 하루 8시간만 해도 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애초에 난 집중력이 부족한 놈이니까 시간을 늘리는 공부법이 옳았던 걸까,,,,,, 

헌병이어서 공부하면서 여러가지로 이득을 많이 봤다
그렇지만 스트레스가 심했다. 수면장애때문에 힘들었다
가령 생활관에 뻔히 오전취침중인데 불키거나 떠드는 새끼들이 있다 그거때문에 열받아서 한 육개월 지내다 
동기하고 근기수 꼴보기 싫어서 상병달때쯤 헌병만 생활하는 생활관으로 갔는데
같은 헌병이어도 무개념은 어쩔 수 없다.

8명 있으면 3명은 개념있고 2명은 보통이고 2명은 무개념이다 무개념은 말한다고 고칠 수도 없다
같이 근무할때는 괜찮은 사람이고 점심 먹으라고 깨워 주기도 하고 좋은데 생활 매너가 없는 케이스다 
부스럭부스럭 거리고 존나 빡치는데 수면안대하고 귀마개 다 끼고 자도 불쾌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진짜 수면때문에 정신병 걸릴 것 같기도 했지만
돌이켜 보면 군대라는 곳에 있다는 거에 대한 기본적인 스트레스에 수능공부하는 심적 부담감이 더해져 유독 너무 민감해 졌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사실 크루근무하면 헌병 아니어도 수면장애는 오니까 어쩔 수 없긴 하다.
또 너무 오래 앉아있다 보니 변비걸린 듯 아닌 듯 똥이 잘 안나왔다.
뜨끈하게 비데 써도 힘들었다. 
그래도 운동은 싫어서 체단실은 안갔다.

레이더 통신 이런 기술특기는 어디 고졸이어도 삼성전자 포스코 한전 이런데서 일하다 오는 애들도 있는데
성격도 싹싹한 게 아주 보기 좋았다. 
에휴 나도 그냥 마이스터고 가서 어디 대기업 생산직이나 갈 걸 싶었다..
실업계는 엠생들이나 가는 줄 알았는데 어릴때 가졌던 편견이 깨져나갈때가 제일 무섭다. 
인생에서 두번 실수 안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페이스북 친구 전부 다 삭제하고 휴대폰 번호 다 삭제하고  
한 7살때부터 13살까지 거의 매일 함께 놀던 동네친구도 한명은 일진되서 이상한 길로 빠지고 한명은 부사관가서 삽질이나 처하고 있고..
서울대 경찰대 연락도 안하는 고등학교 페북친구는 보면 열등감이나 가질뿐이다.

대학 동기들하고는 밤새 롤하고 놀았는데 군대가고 나서 연락도 안한다. 아침에 피시방 앞에서 담배 같이 피던 추억이 있었는데
그냥 인생이란 게 이런 식이다 
난 어쩌면 우울함을 타고난 거 같다. 어릴때 방아깨비 귀뚜라미 개구리 잡으며 놀때는 안그랬는데 
부모님때문에 벌어진 환경탓이 크다. 중학생때 왕따도 한몫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비오는 날이 제일 좋아졌다. 
울릉도는 그런 내게 참 잘 맞았다...
겨울에 눈 오면 너무 하얗지만 오히려 그런 게 역설적으로 밝다는 느낌을 안준다.
날씨가 군생활하면서 힘이 되었다.

전역한 지금은 그때처럼 치열하게 안 살고 살 이유도 없어졌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때가 그립다. 
지금은 공부하면서 밤 새는 게 그냥 남들 다 밤 새니까 새는 느낌이다. 치열함이 없다.

그냥 서울 안가도 되니까 지방 작은 데 강릉같은곳에서 적당히 페닥이나 하고 싶다.
다시 울릉도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1년 8개월 가까이 거기서 지냈는지.. 
말년휴가 나갈때 도동이라는 항구에 독도반점이란 곳에서 삼선짜장에 탕수육 시켜서 혼자 다먹고
배 너무 부른 상태에서 항구 앞에 멍하니 서서 한 한시간동안 초병마냥 왔다갔다 돌아다니면서 이곳저곳 경치를 둘러보던 기억이 난다.  
휴가 날에는 배타기 전까지 시간을 날린다기 보다 언제나 항구에서 망망대해와 거대한 바위들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뭔가 들뜨고 기분이 좋아졌었다. 물 아래를 내려다 보면 기괴하게 생긴 갑각류가 헤엄치고 있고.. 
빠지면 깊어서 죽겠지만 너무 가까워서 빠져도 왠지 괜찮을 것만 같았다.
  
지금도 그때 거기 있었다는 사실 모든 게 꿈만 같다.
한번씩 구글에 울릉도 치고 지도를 바라보며 존재했음을 회상한다.
내가 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 있었다는게.. 

기타조 아침에 하번하고 약간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식당에 가서 밥먹으러 가던 하루가 떠오른다.
근무하고와서 일찍 먹는 거라 식당에 사람도 없었다. 
조용하고 평화롭게.. 마침 그날 맛있는 게 나왔었다.
햄버거에 양상추를 듬뿍 퍼서 넣어먹고 

첵스초코에 안그래도 단데 마침 초코우유가 나와서 초코우유에 첵스초코를 말아먹었었다. 
그리고 삶은 계란으로 마무리 했다.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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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4

삼성바이오로직스 · 나******* 작성자

뱀신과 욕망의항아리

한국철도공사 · i********

나 포항포대 자대배치 받았을때 울릉도 혼자 가는친구 포항까지 같이 와서 배타고 갔는데 표정 개씹창이드라

한국공항공사 · i*********

걔들 1급지라 휴가 30개쯤 더 받았을 걸 ㅎㅎ

한국가스공사 · j********

연가 20개 더 받습니다

한국철도공사 · i********

포항은 10일ㅎㅎ

삼성바이오로직스 · 나******* 작성자

일하고 왔더니 공군전역자 분들 다 모이셨네요 ㅎㅎ 보기좋습니다.

인천시설공단 · k******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대기업에가는군 ㅠㅠ

삼성바이오로직스 · 나******* 작성자

공기업횽아가 왜 ㅠㅠ

삼성바이오로직스 · 나******* 작성자

서산 ㅜㅜ 고생많았어요

한국철도공사 · 2*********

꾸준히 널응원하는 지나가는 독자1이야
닉변을 해서 나인지 모를수도있지만
힘내

삼성바이오로직스 · 나******* 작성자

아니요 좋은 댓글 써주시는거 늘 보고있어요 감사해요

대구도시철도공사 · i*******

특기학교 있을 때 - 비행단이 최고, 자대 배치 후 - 사이트가 답

한국수력원자력 · j*********

사이트가 좋았어?
난 비행단이었고 내친구는 방포대였는데 비행단은 시설도 좋고 갖춰진게 많았는데 내친구는 방포대에서 겨울에 눈길운전 하다가 굴러떨어져 죽을뻔 했다던데

대구도시철도공사 · i*******

환경은 비행단이 좋다만 도심에 있다고 다 좋은게 아니더라 일이 너무 많아

한국수력원자력 · j*********

시설대대였냐? 난 수송대라 일이 많이 없어서 근무시간에 공부하거나 낮잠자거나~~
고생이 많았네

블라인드 지수 우수 기업 한국중부발전 · l*********

공군 754기 인사박겠습니다. 필승

삼성바이오로직스 · 나******* 작성자

네? 754기면 몇살이에요 후배님?? 27-28??

블라인드 지수 우수 기업 한국중부발전 · l*********

95년생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 나******* 작성자

성공하셨네요 부럽습니다 ㅜㅜ

서울교통공사 · o***

숨겨진 꿀은 계룡대죠
오랜만에 다시 가보고싶네요 ㅎㅎ

삼성바이오로직스 · 나******* 작성자

ASSA때 잠깐 갔었던 것 같기두 하네용

반도건설 · 반*********

319관제대대 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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