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회사생활

직장인이 주말만 사는 이유

SUPEX추구협의회 · 아***
작성일2023.02.04. 조회수1,053 댓글2

"오늘만 지나면 금요일이다!"

목요일 오후, 옆자리에 앉은 박대리가 이번주 들어 가장 밝은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고된 한 주를 보내고 맞이할 주말에 대한 기대감이겠다.

이런 박대리를 보며 재미나단 생각이 들었다.

주말을 기다렸다면,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와! 토요일이다"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게 합리적이다.
조금 양보하더라도 금요일이 되어서야 "내일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즐거워하는게 맞다. 졸음을 이겨낼 필요도 없고, 출근버스와 지하철에서 몸과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 한 발 더 앞서 금요일의 '이브'인 목요일이기 때문에 기뻐하는건 다소 극성스럽게 느껴진다. 목요일은 일찍일어나 출근해야하고 다음날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고통이 가장 극심한 월요일과 차이가 없다. 박대리에게 조증이 약간 있다면 9월쯤부터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며 설레겠구나 싶다.

사실 이런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우리 뇌는 유독 부정적인 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일을 긍정적인 일보다 약 5배 정도 크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뇌는 주말을 '싫은 일들이 사라지는 날'로 인식한다. 실제 고통의 크기보다 5배나 크게 마음을 짓눌러온 부담이 사라지고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주말은 퇴사를 하기 전까지는 어제같은 오늘에서 오는 지루함, 오늘과 똑같을 것 같은 내일, 사라지지 않는 피곤함, 아무리 처리해도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른 기이한 업무, 언제든 인성을 포기할 잠재력이 있는 팀장, 숨통을 조여오는 임원 보고 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시점에서 상상 가능한 유일한 희망이다. 그 결과 우리는 여전히 일해야하고, 내일도 출근해야하는 목요일부터 주말이 가까워옴을 느끼고 설레게 된다.

그렇게 직장인들은 꿀맛같은 2일을 얻기 위해 5일을 참고 견딘다. 7일 중 2일만 즐거우니 인생이 팍팍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 목요일 오후부터 즐거움을 느끼는 박대리는 그나마 인생의 절반은 행복하겠구나 싶다.

직장생활이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또 있다.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작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회사를 다니며 얻을 수 있는 이득으로는 월급을 꼽을 수 있다. 회사는 우리에게 월급으로 생존에 꼭 필요한 재화를 공급해준다. 무려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큰 혜택을 얻지만, 누구도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실 회사를 다니는 것 말고는 달리 대안이 없어 출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잘 더듬어보면 사회 초년시절에는 출근하는게 꽤나 괜찮았다는걸 떠올릴 수 있다. 우리는 회사에 합격했을 때 희열을 느꼈다. 취업준비생 시절, 면접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을 한 줄짜리 스펙을 쌓기위해 긴 시간을 투자했다. 서류-1차-2차-N차로 이어지는 전형 발표날마다 마치 섯다 패를 쪼는 심정으로 합격 여부를 조회하고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처절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입사에 성공해 간신히 존엄을 되찾았다. 첫 출근날 받은 회사 뱃지는 자존감을 높여줬다. 첫 월급이 입금 되던 날 동기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진정한 어른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 취직을 부러워하는 후배들을 회사 근처 멋진 바로 불러 술을 사며 단 한 번뿐이었던 승리였을지라도 마치 일상이었던양 취업팁을 방출했다. 스스로가 멋져보였다.

애석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순간 월급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가슴팍이나 사원증 줄에 달고 다녔던 뱃지는 깊은 분노를 느낀 어느날부터 서랍속에 쳐 박혀 녹이 피어난지 오래다. 몇 달이 지나고나니 동종 업계에 비해 월급이 좀 짜다고 생각한다. 몇 년이 지나 최고 대우를 해준다는 기업으로 이직에 성공했지만, 이제 IT업계에 비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욕심이 많은건지 간사한건지 태어날때 받은 숟가락 색깔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이것도 우리 잘못이 아니다. 이 또한 우리 뇌가 잘못했다.
뇌는 커지지 않는 자극에 인색하다.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월급에는 더이상 도파민 수도꼭지를 틀어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심지어 월급은 매달 늘지 않기때문에 뇌의 입장에서는 전혀 주목할만한 일이 아니게 된다.

결론적으로 나쁜 것은 크게 받아들이고 좋은일에 인색한 뇌 덕분에 많은 직장인들은 목요일부터 주말 맛을 상상하며 침이 고이게 된다. 언제부턴 이랬는지 추적할 순 없지만 7일 중 고작 2일 만을 즐거워하는 28.5%짜리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왜 이런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다고해서 안도할 필요는 없다. 깨닫는 것으로는 28%짜리 인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행히도 시도해볼 만한 해결책이 몇 가지 있다. 마치 남는것도 없다며 흥정을 거부하는 상인이 벤츠를 타고 퇴근하는 것처럼, 우리를 기만하는 뇌의 작동을 이해하고 부정적인 일에 5배나 마진을 붙여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하면된다. 아니면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내 회사에 있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면 된다. 그것도 아니면 퇴사하고 자기 사업을해 일한만큼 보상을 얻으면 된다.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 같다면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핵심은 긍정적인 요소를 늘리고 부정적인 요소를 줄이는 것이다. 앞서 뇌는 부정적인 일을 크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부정적인 요소를 하나라도 줄인다면 5배의 효과가 생긴다. 그러려면 회사 생활에 특별함을 조금 불어넣어줘야 한다. 이 것을 이뤄낸 사람들은 주로 업무에서 보람을 느낀다. 심한 경우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뤘다고도 한다. 이쯤되면 주말이 더 지루할 수도 있다. 애석하지만 이런 일은 직장과 스스로를 물아일체로 이뤄낸 경지에서만 나타난다.

물아일체같은것을 해본적 없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에서 보람을 얻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목적을 '나를 위해서'로 설정하기만 하면 된다. 무슨말이냐면, 회사 업무 중에서 내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라는 소리다. 퇴사하거나 은퇴했을때 나를 먹여살려줄 전문적인 일을하고 성과를 더 많이 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회사 유튜브 채널 영상 제작을 위해 회사 돈을 투입하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봐라. 마치 학원을 돈 받고 다니듯 회사에서 일을 배우라는 뜻이다. 회사를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우리가 이런 일을 잘하면 회사는 더 많은 혜택을 얻는다. 시장에서 몸 값을 결정짓는 업무 능력은 우리 회사에서도 중요한 핵심업무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 일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면,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경력 채용 공고를 살펴봐라. 좋은 회사들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적혀있는 경력사항이 바로 그 업무다.

너무도 간단하지만 의외로 극소수만 해내는 이 방법을 통해 오랜기간 단역 배우 취급을 당해온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의 진짜 매력을 발견해 삶의 점유율을 100%로 끌어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아싸이트 #아웃사이더의인사이트

댓글 2

아시아나항공 · I*********

멋진 말이네요 ㅎ
다만 생각의 차이가 모든걸 결정하는거 깨닫기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알면서도 실천은 또다른 영역이라는 문제가 있긴 하네요-

이런분을 사수로 두면 긍정적인 영향 많이 받을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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